[알쏭語 달쏭思] 임중도원(任重道遠) ② - 불택지(不擇地) 불택관(不擇官)

입력 2019-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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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어제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이라는 말이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증자(曾子)의 말임을 밝혔었다. 그런데 ‘한시외전(韓詩外傳)’이라는 책에도 다음과 같은 설명과 함께 ‘任重道遠’이라는 말이 나온다.

“증자는 거(거) 땅에 살 때에는 적은 녹봉이라도 중히 여겼다. 봉양해야 할 어버이가 계셨기 때문이다. 어버이가 돌아가신 후에는 재상이 되기도 하고 지방의 수장이 되기도 하여 녹봉보다는 지위에 맞는 처신을 더 중시했다. 재물에 욕심을 내어 나라를 그르치는 사람과는 인(仁)을 함께 논할 수 없고, 곤궁한 처지에 처했다고 해서 어버이 섬기기를 소략하게 하는 사람과는 효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인과 효를 행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서 먼 길을 가는 사람(任重道遠者)은 쉬기 좋은 자리를 골라 쉬지 않으며(불택지·不擇地), 집이 가난한 사람이 어버이를 섬길 때는 관직을 골라 벼슬하지 않는다(불택관·不擇官).”

인(仁)으로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재물을 잘 모을 수 있는 자리를 탐하지 않아야 하고, 어버이를 봉양해야 할 사람은 미관말직의 험한 일이라도 마다 않고 열심히 일해서 봉양할 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야 할 사람이라면 이른바 ‘잘나가는 자리’만 탐하여서는 안 될 테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한때 윗선에 잘 보인 능력(?) 있는 검사나 판사는 수도권의 요직만 뱅뱅 도는 인사의 혜택을 입는 경우가 많았었다.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 같다.

부모님을 봉양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건강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험한 일이라도 마다 않고 성실, 정직하게 일해야 할 테지만 외국에서 노동자를 모셔(?) 오면서도 우리 젊은이들은 노동의 현장에는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 한심한 일이다. 바르게 살겠다는 큰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부당한 재물에 욕심을 내서도 안 되고, 꽃길만 걸으려는 허황한 생각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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