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도되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보석으로 풀려나다 보니 국민들 중에는 이러다가 모든 수사와 재판이 다 유야무야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제한적인 보석을 허가하는 것이 오히려 장차 수사와 재판을 실질적으로 더 철저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런...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권신이었던 계씨(季氏)가 전유(顓臾)지역을 정벌하려 하자, 공자가 제자들과 더불어 그 부당함을 토론하다가 “계씨의 우환은 전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장(蕭牆) 안에 있을까 두렵다(吾恐季孫之憂,不在전臾,而在蕭牆之內也. - 논어 계씨)”는 결론을 내린다. ‘蕭’는 원래 ‘쓸쓸할 소’라고 훈독하고, ‘牆’은 ‘담 장’이라고 훈독하는...
우리 가곡 중에는 특히 가사가 아름다운 게 참 많다. 김말봉 작사, 금수현 작곡의 ‘그네’도 그런 노래 중의 하나이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사람의 손톱으로 일일이 아주 가늘게 짼 다음, 그것을 하나하나 이어서 만든 모시실이 바로 ‘세(細)모시’이다. 그런 세모시로 짠 모시...
16일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11승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언론들이 설욕전에 실패했다는 보도를 했다. 설욕은 雪辱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눈 설’, ‘욕 욕’이라고 훈독한다. ‘눈 설(雪)’ 자는 더럽고 부끄러운 것마저도 다 덮어버림으로써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기 때문에 ‘씻다’라는 의미도 갖게 되었다. 욕(辱)은 욕설(辱說) 즉...
오늘은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制憲節’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마를 제’, ‘법 헌’, ‘마디 절’이라고 훈독한다. ‘마를 제(制)’의 ‘마를’은 원형이 ‘마르다’이고, ‘마르다’는 “옷감이나 재목 따위의 재료를 치수에 맞게 자르다”라는 뜻이다. 즉 ‘마름질’의 원형동사가 곧 ‘마르다’인데 이 ‘마르다’로부터 ‘만들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고...
음식점 골목이라면 어디라도 ‘돼지고기 두루치기’라는 간판 한둘쯤은 눈에 띈다. 생돼지고기를 갖은 야채와 함께 약간의 국물이 있도록 볶은 음식을 일러 두루치기라고 한다. 재료 구하기나 요리법이 쉬운 데에다가 누구의 입맛에도 쉽게 맞출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 곳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요리이다.
두루치기는 ‘두루’와 ‘치다’의 명사형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하여 성공적인 투구를 보인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15일 아침, 후반기 첫 경기에도 선발 등판한다. 선발 등판, 그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다 안다. 그러나 그것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를 물으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발(選拔)’이라고 쓰는지, ‘선발(先發)’이라고 쓰는지가 헷갈리기...
지난 월요일 윤석렬 검찰총장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금년 초에 윤석렬 후보자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 어떤 의원이 “(장차) 피의자가 될 사람을 몇 달 전에 만난 것은 적절한 일이었냐?”고 물었다. 금년 초에 만난 사람이 6월 달에 피의자로 고발되었는데 그걸 예견 못하고서 만난 게 잘한 일이냐고 따진 것이다.
몰론, 앞날을 미리...
“빈정대며 놀리는 말이나 몸짓”이라는 뜻을 가진 야유(揶揄) 외에도 우리말에는 같은 발음의 다른 말인 ‘야유’가 몇 개 더 있다. ‘들에 나가 논다’는 의미의 ‘야유(野遊:들 야, 노닐 유)’가 있으니 야유회가 바로 그런 놀이 모임을 말하고, 밤늦도록 논다는 의미의 ‘야유(夜遊)’도 있다. 그런가 하면, ‘풀무질할 야(冶)’와 ‘놀 유(遊)’를 쓰는 ‘야유(冶遊)’도...
뉴스를 통해 더러 야유를 보냈다느니 야유를 퍼부었다느니 하는 말을 듣는다. 야유는 ‘揶揄’라고 쓰는데 두 글자 다 ‘야유할 야’, ‘야유할 유’라고 훈독할 뿐 특별히 다른 뜻이 없다. 손(手)의 의미를 가진 ‘扌’을 뺀 ‘耶’는 ‘어조사 야’라고 훈독한다. 감탄했을 때 “야~” 하는 어기(語氣)나, 따져 물을 때 “야!” 하는 어세(語勢), 혹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6월 3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미 정상의 회동이 북·미 간 대화 재개의 돌파구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분수령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돌파구와 분수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돌파구는 突破口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갑자기 돌(突)’, ‘깨부술 파(破)’, ‘입 구(口)’라고 훈독한다. 突은 ‘구멍 혈(穴)’과 ‘개 견(犬)’이 합쳐진 글자로서...
날씨가 덥다 보니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냉면집에서 “여기 냉면 사리 하나 추가요”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국어사전은 사리를 “국수, 새끼, 실 따위를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뭉치”라고 풀이하고, “혹은 그런 뭉치를 세는 단위를 ‘사리’라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국어사전은 순우리말로 여겨 한자 표기를 안 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엔 한자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큰 고비를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였다. ‘고개’와 ‘고비’는 맞바꿔 써도 괜찮은 동의어일까? 아니다. 고개는 ‘재’라고도 하는데 한자로 쓰자면 ‘영(嶺)’이다. 그래서 문경의 ‘새재’를...
늘 쓰는 말 가운데 ‘도대체’, ‘어영부영’ 등처럼 얼핏 보기에는 순우리말인 것 같지만 실은 한자말인 단어가 많다. 그런가 하면 영락없는 한자말인 것 같은데 국어사전에는 순우리말로 분류된 단어도 있다. ‘고지식’이 바로 그런 예이다. 고지식하다는 것은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서 융통성이 없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굳을 고(固), 알 지(知), 알 식(識)을 쓰는...
불필요한 것은 도외시하며 살 필요가 있다. 그런데 관심을 가져야 할 데에는 도외시하고 관심을 갖지 않아야 할 것에는 오히려 불필요한 관심을 많이 갖는 경우가 많다. 이웃에 대해서도 도외시하고, 국가나 민족, 심지어는 부모에 대해서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도외시하는 것이 간편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진정한 행복은 그런 도외시를 통한 나만의 간편한 생활의...
개인주의가 팽배할수록 도외시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도외시는 ‘度外視’라고 쓰며 각 글자는 ‘정도 도’, ‘밖 외’, ‘볼 시’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정도 밖으로 봄’이라는 뜻이다. ‘度’의 글자 구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대개 ‘ 广+廿+又’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뜻과 뜻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글자)로 보고 있다. ‘广(엄집...
오늘은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0주기이다. 70년 세월이 흘렀건만 우리는 아직도 안두희가 왜 백범 선생을 쏘았는지 알지 못한다. 1993년 10월 23일, 안두희마저 시민 박기서에게 맞아죽음으로써 국민들이 그렇게 바라던 안두희의 자백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영원한 민족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의 아호(雅號) ‘백범(白凡)’은 ‘백의(白衣)의 평범(平凡)함’이라는...
오늘은 6·25전쟁 발발 69주년이다. 생각만 해도 억울하여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날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이는 전쟁을 하다니! 신라의 삼국통일로부터 치자면 1274년(1950년 빼기 676년) 만에 다시 동족끼리 전쟁을 벌인 것이고,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후로부터 치자면 1014년(1950년 빼기 936년) 만에 같은 민족끼리 다시...
“구구절절한 비판을 늘어놓는 대신 맹자의 글귀 한 토막을 넣었지만 글의 전달력은 훨씬 높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구구절절한 비판’, 과연 맞는 말일까?
구구절절은 ‘句句節節’이라고 쓰며, 句는 ‘글귀 구’, 節은 ‘마디 절’이라고 훈독한다. ‘마디 절’은 식물의 마디, 동물의 관절(關節)뿐 아니라, 계절, 예절 등 뭔가 맺고 끊어서 단락을 짓는다는 의미를...
컴퓨터 시대, ‘폰트(font)’라고 하는 다양한 글자꼴이 개발되다 보니 ‘서예’라는 예술이 적잖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가훈도 비문도 폰트를 택해 출력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폰트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같은 폰트로 뽑아 놓은 글씨는 글자꼴이 조금치의 다름도 없이 똑같을 수밖에 없어서 ‘멍청한 천편일률’의 지루한 모습을 띠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