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빨갱이

입력 2019-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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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오늘은 6·25전쟁 발발 69주년이다. 생각만 해도 억울하여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날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이는 전쟁을 하다니! 신라의 삼국통일로부터 치자면 1274년(1950년 빼기 676년) 만에 다시 동족끼리 전쟁을 벌인 것이고,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후로부터 치자면 1014년(1950년 빼기 936년) 만에 같은 민족끼리 다시 살육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5년 전만 하여도 우리에겐 남과 북이 없었다. 서로 자유롭게 오가며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함께 투쟁하였고 그 투쟁의 결과로 조국의 광복을 맞았다. 그런데 웬걸, 느닷없이 미군과 소련군이 새로운 점령군이 되어 우리 땅에 들어오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38선이 생겼고, 우리 민족은 38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5년 후, 남과 북의 같은 민족이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讎)가 되어 서로 죽이는 참혹한 전쟁을 하였다. 새로운 점령군인 미군과 소련군이 우리를 그들이 신봉하는 이념의 노예로 만들어 서로 싸우게 한 것이다. 그러한 이념의 노예상태에서 남이 북을 질시하며 부른 호칭이 바로 ‘빨갱이’이다.

빨갱이는 항일무장유격대를 지칭한 ‘파르티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본래 프랑스어인 파르티잔의 러시아식 발음을 우리말로 ‘빠르지잔’이라고 옮겨 적은 것이 ‘빨치잔’을 거쳐 다시 ‘빨치산’으로 변형되었고, 이 빨치산과 ‘빨강 이(놈=것)’가 결합하여 ‘빨갱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 말은 국민과 민족을 배반한 매우 나쁜 놈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이 빨갱이 논쟁을 벗어내지 못하고 싸우고 있다. 오늘, 6·25 발발 69주년을 맞아 우리가 왜 이런 소모적인 이념 논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원점에서 출발하는 민족적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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