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다툼은 양측 중 어느 한 측이 거짓말을 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한 사람은 진실을 덮으려 들고 다른 한 사람은 진실을 밝히려 할 때 다툼은 시작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법정 공방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진실을 밝히려 하는 사람 사이의 싸움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시치미를 떼고 억지를 부리면, 당하는 사람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재판이란 바로...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초기에 자행된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인 ‘삼청교육대’가 우리 사회에 공포로 자리하고 있을 때 세상에는 ‘일도이부삼빽(一逃二否三back)’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逃는 ‘달아날 도’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도망친다는 의미이고, 否는 ‘아닐 부’라고 훈독하며 ‘부정하다’, ‘부인하다’라는 의미이다. back은 ‘back ground’의 줄임말로...
요즈음 방송에서 ‘역대급’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역대급 가수, 역대급 인물, 역대급 사건…. 본래 없던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한두 용례가 보이는 성싶더니 이제는 유행어처럼 번져서 드러내 놓고 사용하고 있다.
‘역대 최고 혹은 최저, 최선 혹은 최악’이라는 말에서 최고나 최저라는 말을 빼버리고 그냥 ‘역대급’이라고만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리용호 북한...
추석이 지난 지 6일째 되는 날에야 달[月] 이야기를 하자니 약간 어색하기는 하나 1600여 년 전 중국의 전원 시인 도연명(陶淵明)도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가을 달은 밝은 빛을 떨치네. 揚:떨칠 양, 輝:빛 휘, 빛날 휘)’라는 구절로 가을 달을 읊었으니 꼭 중추절이 아니더라도 가을에는 달 이야기가 어울리는 화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곡 중에 ‘사우월(思友月)...
고함과 함성은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니…”라든가, “민중의 함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등의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고함이나 함성의 ‘喊’은 ‘소리 함’이라고 훈독한다. ‘喊’은 ‘口’와 ‘咸’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처럼 두 글자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끼리 합쳐진 경우 ‘회의...
요즈음 뉴스에서 ‘증거인멸’만큼 자주 듣는 말도 드문 것 같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범죄 사실을 감추려 드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전직 대통령들과 국정원장 등 한 시대를 풍미하며 나라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다 진실을 덮으려 하고 있으니 사회 전체에 거짓 증언과 진실 왜곡의...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분위기와 관련하여 일본의 언론들이 오보(誤報)를 하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언론을 향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처럼 유감을 표명하는 일은 국가 간에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국내 정치 상황에서도 자주 일어나곤 한다. ‘유감 표명’이라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감을 ‘있을 유’자와 ‘느낄 감’...
날씨도 선선하고 하늘도 파랗다. 한국의 가을은 이래서 상쾌하다. 그런데 사나흘 걸러 한 번씩 중국발(發) 황사가 나타나 우리의 쾌청한 하늘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곤 한다. 물론,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미세먼지도 없진 않지만 중국 때문에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웃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대기오염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대로 해야 한다거나, 기왕에 해오던 사업의 주변 여건이 변하여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때 사람들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심지어 뉴스 보도에서도 그런 말을 더러 듣는다.
다 잘못된 말이다. 그냥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면 된다.
굳이...
방송에서 ‘조만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조만간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북한의 도발이 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방송을 들으면 머지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 즉 ‘조만간’이라는 말을 ‘머지않아’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만간은 결코...
얼마 전 지인 아들의 결혼식에 갔다. 사회가 주례를 소개하는데 “현재 ○○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계십니다”라고 한다. 역임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채 ‘뭔가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을 소개할 때 쓰는 말’일 것이라는 짐작으로 ‘역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한글 전용을 강력하게 주장한 최현배가 “말은 동전의 액면처럼 현시적, 평판적으로, 즉...
대담 프로그램이나 ‘예능’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연찮게’라는 말이 적잖이 나온다.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고 하는데 말을 들어보니 실지 내용은 ‘우연히 만났다’이다. ‘우연히’라고 해야 할 말을 완전히 잘못 사용하여 ‘우연찮게’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은 한자로 ‘偶然’...
중국어의 어법에 대해 얘기하다가 설명의 편의를 위해 영어의 ‘to부정사’를 언급하게 되었다. 수강생이 물었다. “to부정사는 부정문에서 사용하는 not이나 no를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왜 부정사라고 해요?” 다시 한번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되물었다. “그럼, 여러분이 to부정사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다 얘기해 보세요.” 그러자...
이름이 널리 알려지다 보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대가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유명한 사람은 가벼운 교통법규 하나만 어기더라도 일반인과는 달리 더 많이 보도되고 더 자극적인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 내용이 왜곡 보도되기도 하고, 그런 왜곡 보도 때문에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기자들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한다거나 가는 곳마다 팬들이...
앞서 게재한 ‘야(野)하다’ 글을 읽은 친구 독자가 그 글 안에 나오는 ‘선정적’이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물어왔다. 소설이나 영화의 내용을 두고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판매나 상영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여러 번 봐오면서 ‘선정적’이라는 말과 ‘음란하다’는 말이 단순한 동의어일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음란한 것과 선정적인 것은 과연 같은...
옷이 적잖이 선정적이거나 표정이나 몸짓에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을 때, 혹은 그림이나 음악이 섹시(sexy)한 분위기를 풍길 때 흔히 ‘야하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야하다’는 말은 본래 성적 자극이 선정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문화적인 것이 아닌 모든 경우에 다 사용하는 말이었다.
문화(文化)의 ‘文’이 가진 본래의 뜻은 ‘무늬’...
새로운 인사가 진행될 때마다 ‘물망’처럼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는 말도 없을 것이다. “국무총리 후보로는 ○○○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바로 그런 예이다. ‘물망’은 한자로 ‘物望’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물건 물’, ‘바라볼 망’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뜻을 풀이하자면 ‘물건이 바라봄’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 뜻을 제대로...
각부 장관들과 중요 국가의 대사를 임명하는 등 정부의 인사 소식이 연일 뉴스가 되면서 ‘하마평’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주미 대사에는 ○○○, 주중 대사에는 ○○○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바로 그런 예이다.
하마평은 한자로 ‘下馬評’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내릴 하’, ‘말 마’, ‘논평할 평’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로만 보자면...
언뜻 듣기에 순우리말인 것 같아도 사실은 한자어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차피’와 ‘도저히’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차피는 한자로 ‘於此彼’라고 쓰는데 ‘於’는 ‘-에’ 혹은 ‘-에서’라는 의미를 가진 처소격(處所格) 조사이다. 영어의 전치사 ‘in’이나 ‘at’에 해당하는 글자이다.
그리고 ‘此’는 ‘이 차’라고 훈독하며 ‘이, 이것’이라는 의미...
우리 사회에 거짓이 많긴 많은가 보다. TV를 시청하다 보면 양측의 주장이 서로 달라 어느 편의 주장이 진실인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뉴스들이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진실게임’을 한다느니,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느니 하는 뉴스가 바로 그런 예이다. 그런데 이런 뉴스를 방송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진위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