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불원간(不遠間) 조만간(早晩間)

입력 2017-09-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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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조만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조만간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북한의 도발이 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방송을 들으면 머지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 즉 ‘조만간’이라는 말을 ‘머지않아’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만간은 결코 ‘머지않아’라는 뜻이 아니다. 심각한 오용(誤用)이다.

조만간은 ‘早晩間’이라고 쓰며 ‘일찍 조’, ‘늦을 만’, ‘사이 간’이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조만간’은 ‘이르든 늦든 그 사이(가운데)의 하나’라는 선택의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조만간’은 ‘머지않아’라는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이르든 늦든 간에’ 언젠가는 그 일은 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떤 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아, 네가 비록 지금은 외지에 있지만 조만간에 반드시 집으로 돌아와 이 애비가 하던 일을 꼭 이어가기 바란다”라는 편지를 썼다면 이는 일찍 오면 좋겠지만 늦게라도 ‘반드시’ 돌아오라는 의미로 조만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머지않아’라는 말은 ‘불원간(不遠間)’이라고 한다. ‘아니 불’, ‘멀 원’, ‘사이 간’자를 썼으니 문자 그대로 ‘멀지 않게’, 즉 ‘머지않아’라는 뜻이다. 이때의 ‘間’은 ‘조만간’, ‘좌우간’과 같은 선택의 의미가 아니라, 시간의 의미이다. 그러므로 불원간은 ‘머지않은 시간(기간) 내에’라는 의미인 것이다.

남북통일이 불원간에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당장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조만간에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하고, 주변국들도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불원간과 조만간은 이렇게 차별지어 사용해야 한다.

어원을 따지지 않고 대강하는 말 습관이 자칫 우리의 생활마저도 대강 해치우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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