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 즉 읽는 소리는 같은데 뜻은 완전히 다른 말들이 참 많다. 예를 들자면, ‘사기’라고 읽은 동음의 단어에 담긴 다른 뜻은 ‘사기(史記;역사 기록, 역사 책)’, ‘사기(士氣:굽힐 줄 모르는 기세)’, ‘사기(詐欺:속임)’ 등 무려 40개 이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동음이의어는 한자를 통해서만 구별이 가능하다. 우리의 문자 생활에서 한자를...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는 항상 임금을 두고 다툼이 생긴다. 그런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는 수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의견을 조율한다. 의견 조율을 통해 양자가 합의(合意)하면 협상이 타결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칫 파업으로 이어지곤 한다.
타결은 ‘妥結’이라고 쓰고 각 글자는 ‘온당할 타’, ‘맺을 결’이라고 훈독한다. 온당하게...
범법 행위로 인해 현재 구속 중이어서 전혀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국회의원들에게도 매월 꼬박꼬박 세비가 지급되는 상황을 두고 논란이 많다. 구속된 국회의원에게 세비를 지급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세비는 지급해야 한단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세비는 歲費라고 쓰며 각...
기무사에 대해 해체에 준하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기무사는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민간인을 사찰하였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는 탄핵안 기각에 대비하여 위수령이나 계엄령을 발동할 방안을 수립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놀란 국민들 사이에 그런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기무사는...
장마철이다. 국어사전은 장마를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라고 풀이하고 있다. 더러 장마의 ‘장’을 한자 ‘長(길 장)’으로 여겨 ‘마’는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장마는 아직 그 어원을 밝히지 못한 말로서 순우리말인지 한자어인지 확인할 수 없다. ‘長’과 ‘물’의 고어인 ‘맣’의...
우연히 검색창에 ‘창피한 줄’이라는 검색어를 넣어 봤더니 ‘부끄럽고 창피한 줄도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블로그 칼럼이 몇 개 떴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줄을 모르는 인물군의 대표적인 예가 정치인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씁쓸했다.
그러다가 이내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실망도...
지금은 殺은 ‘죽일 살’로, 刹은 ‘절 찰’로 훈독하지만 본래 殺과 刹은 다 ‘죽이다’라는 뜻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자 자체만으로도 ‘죽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옛날에는 죄인을 죽일 때 대부분 나무토막(모탕:砧) 위에 죄인을 얹혀 놓고 도끼로 목이나 허리를 쳐서 잘라 죽이거나 나무를 쌓은 장작더미 위에 태워 죽이는 화형에 처했기 때문에...
순우리말 가운데 ‘띠앗’이 있다.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을 이르는 말이다. 우애롭게 지내야 할 형제자매 혹은 그 이상의 친족이 사이가 나빠져 왕래마저 없을 때도 그 사이에 ‘살(煞)’이 끼었다고 하면서 더러 이런 살을 풀기 위한 살풀이도 한다. 살풀이를 해서라도 형제자매 사이에 우애심을 갖도록 한 게 우리의 전통문화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혈연을...
우리의 전통 춤 가운데 ‘살풀이 춤’이라는 게 있다. 소복을 입고 손에는 하얀 천을 들고서 살풀이장단에 맞춰 움직이는 듯 안 움직이는 듯 동작이 그다지 크지도 빠르지도 않으면서도 내적으로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감추고 있는 춤이다. 스페인의 플라멩코가 가시적인 정열을 한껏 분출하는 춤이라면 우리의 살풀이춤은 안으로 열정을 감추다 못해 금방 터질 것...
6·13 지방선거에서 패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국민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빌었는데 아직도 당내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선거전 기간에도 당시 모 당의 대표는 부산 유세에서 “용서해 달라”,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등의 말로 사과를 하면서 큰절을 세 번 했다. 이런 모습을 본 기자들은 ‘읍소’전략을 펼치면서 유세를 한다고...
관상감(觀象監)은 조선시대 관청 이름이다. 각 글자는 ‘볼 관’, ‘형상 상’, ‘볼 감’이라고 훈독한다. ‘監’에는 ‘감독하는 관청’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觀象監은 하늘과 땅, 즉 자연현상을 살피는 관청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은 ‘조선시대 천문, 지리, 역수(曆數:달력), 점산(占算:점치기), 측후(測候:날씨 관측), 각루(刻漏:시간 파악) 등에 관한 일을 담당하도록...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핵심 뒷수습 방안인 관련자 형사조치를 두고 ‘검찰 수사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 예상되면서 사법부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사법은 ‘司法’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맡을 사’, ‘법 법’...
낮엔 한여름인 것 같으면서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랑한 바람이 불면서 보리가 익어가는 음력 4월을 ‘맥추(麥秋 麥:보리 맥, 秋:가을 추)’라고 한다. ‘보리가을’이라는 뜻이다. 곡식이 익기 위해서는 날씨가 쌀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리가 익는 음력 4월, 여름이지만 일시적으로 쌀랑한 며칠을 두고 맥추라고 하는 것이다.
보리가 익으면 밭에서는...
6·13 지방선거 이틀 전 글에서 “관상은 일종의 통계라서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관상에만 의지하는 투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글을 읽은 분들 중에 관상이 정말 통계냐고 물어본 이들이 있었다. 필자는 통계라고 믿는다.
과거제도를 실시하기 전에는 ‘찰거(察擧 察:살필 찰, 擧:천거할 거)’라는 방식으로 인재를 뽑았는데...
우리나라의 단오 행사로 가장 유명한 것은 ‘강릉 단오제’일 것이다. 강릉 단오제는 1967년에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등록되었고, 2005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최근 강릉단오제 행사를 찾는 관광객은 평균 150만 명이라고 한다.
강릉 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한국과 중국의 네티즌 사이에는...
오늘은 음력 5월 5일 단오이다. 단오는 ‘端午’라고 쓰며 각 글자는 ‘끝 단’, ‘낮 오’라고 훈독한다. 端午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이 아니고 ‘초닷새’ ‘초5일’이라는 뜻일 뿐이다. 앞서 훈독한 바와 같이 ‘端’은 ‘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인데, 이때의 ‘끝’은 중간부분이 아닌 ‘양 끝’, 즉 ‘양극단(兩極端)’을 이르는 말이어서 첫 부분도 ‘端’이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악수를 했다. ‘세기의 담판’이라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세기의 ○○’이라는 말은 그동안 결혼식에 특히 많이 붙여 사용했다. 5월 영국의 해리 왕자와 미국의 영화배우인 매건 마클의 결혼식에 대해서도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말을 썼고, 2016년 한국의 영화배우 정준호와 아나운서 이하정의 결혼식도...
청나라 때의 서화가 정섭(鄭燮·1693~1765, 호는 판교板橋)이 그린 석란도(石蘭圖:돌과 난초를 함께 그린 그림)에 붙인 제화시(題畵詩)로 전하는 시가 있다. 石性介而堅 蘭心和且靜 蘭非依不生 石却依蘭定. 비교적 어려운 한자만 훈독하자면, 성품 성(性), 굳셀 개(介), 굳을 견(堅), 난초 난(蘭), 또 차(且), 고요할 정(靜), 아닐 비(非), 의지할 의(依), 오히려 각(却), 정할 정(定)...
한 나라의 말 안에도 방언을 비롯한 변종(變種)이 있어서 국민 간의 의사소통에 불편이 생기고, 한 국가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하여 모든 국민이 지키고 따르도록 정한 말이 있다. 바로 표준어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데도 소통은 되지 않고 한 국가로서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말들이...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전국에 현수막 홍수가 터졌다. 6월 1일 0시를 기해 보다 더 좋은 자리에다 현수막을 걸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하면서 ‘현수막 명당’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많은 사람의 눈에 가장 잘 띌 수 있는 장소를 일러 현수막 명당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명당은 明堂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밝을 명’, ‘집 당’이라고 훈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