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천수답 경영에 新시장 개척 기피…기로에 선 금투업계

입력 2014-07-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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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난립으로 경쟁력 약화 심각 … ‘NCR 규제완화’ 수익성 개선 기대

삼성전자·현대차 등 한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자본시장이 죽으면 M&A, 기업공개(IPO) 시장도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이 살아야 경제도 살 수 있다.

문제는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금융투자사들의 부진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7~9월 62개 증권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780억원으로 전년 동기(8572억원) 대비 44.2%나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971억원으로 전년 동기(6746억원)에 비해 85.6% 급감했다. 62개 증권사 중 약 40%인 24개사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투자업계에 거래수수료나 챙기는 천수답 경영으로 신사업 개척을 기피해온 우물 안 개구리식 경영구조를 탈피해 생존을 위한 처절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각종 규제를 통해 금융투자업계의 손발을 꽁꽁 묶어둔 채 IB육성이나 금융시장 구조조정 작업을 게을리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금융투자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M&A로 경쟁력을 키워라 =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증권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증권회사의 난립을 꼽았다.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246명을 대상으로 지난 7~11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가 증권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공급과잉, 증권회사들의 난립’이라고 답했다.

특색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난립으로 증권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농협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탄생한 것처럼 대형사들은 M&A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M&A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해볼 만하다는 것.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국내 대형증권사 3곳(대우·삼성·우리투자증권)의 평균 자기자본은 3조2600억원으로 골드만삭스(78조원)의 5%, 모건스탠리(69조)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투자증권이 M&A를 통해 자본규모를 키웠다고는 하지만 글로벌IB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금융당국, 금융투자업 육성에 나서야 = 올해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NCR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험자본으로 분류되는 각종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그만큼 자본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이제 금융투자회사들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천수답 경영을 버리고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대형사에게는 NCR 걱정 없이, IB와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날개가 달아졌다.

NCR 규제 개선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중소형 증권사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어차피 수수료 수익에만 기대는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었다. 사업 분야를 좀 더 특화·전문화해야 한다.

이번 NCR규제 완화로 금융투자업계의 숨통이 틔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해야 할 일 많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증권업을 아직도 규제산업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파생상품 시장의 경우 규제로 인해 고사 직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말 한국 시장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69.2% 감소한 4억3000만 계약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당국이 코스피200옵션 계약 단위(승수)를 5배 인상하는 등 파생상품 시장 규제에 적극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한축인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해야 현물시장도 활력도 되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움츠러든 파생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규제를 줄이거나 새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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