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아직도 기적을 바라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6-09 06:40 수정 2014-06-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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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사진=뉴시스)

7전 5승 1무 1패. 일본축구 국가대표팀의 최근 A매치 성적이다. 지난해 10월 벨라루스에 0-1로 패했지만 한 달 뒤 강호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는 2-2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상승세를 탔다.

이후 일본은 A매치 5연승이라는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벨기에(3-2)ㆍ뉴질랜드(4-2)ㆍ키프로스(1-0)ㆍ코스타리카(3-1)ㆍ잠비아(4-3)가 그 제물이다. 특히 가가와 신지(맨유)와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에서 오카자키 신지(마인츠)로 이어지는 절묘한 패스를 무기로 한 화끈한 공격 축구는 전 세계 강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조직력 부재와 골 결정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축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일본은 지금 원정 첫 8강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사실 일본축구에 있어 한국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시아의 맹주로서 세계무대에서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기 때문이다.

일본이 월드컵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한국을 넘어야 했다. 결국 일본의 월드컵 도전사는 한국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놓인 인고의 시간이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한국이 32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을 때도,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1994년 미국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일본은 한국을 넘지 못했다.

이미 2002년 한국과 함께 월드컵 공동 개최를 유치해둔 상황이었지만 일본의 월드컵 본선은 딴 나라 이야기였다. “월드컵 한 번 출전 못하는 나라에서 무슨 월드컵이냐. 월드컵 개최를 한국에게 넘겨줘라”라며 울분을 토해내는 일본 축구팬들도 많았다.

그때만 해도 한국축구의 위엄은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일본축구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고 있다. 착실한 기본기와 지속적 투자가 뒷받침된 덕이다. 지금의 성과는 결코 우연도 기적도 아니다. 그 출발은 1993년 10개 팀으로 출범한 J리그다.

J리그는 일본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 맞서 공격적인 마케팅과 관련 상품 개발로 흑자경영을 이끌어냈다. ‘이기는 축구’보다 ‘재미있는 축구’를 표방했고, 강한 체력과 압박을 주 무기로 한 한국축구에 맞서 조직력과 정확한 패스를 앞세운 공격 축구로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한국프로축구는 1983년 슈퍼리그(프로 2팀ㆍ실업 3팀)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일본 J리그보다 10년이나 빠르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J리그가 급성장을 이뤄가는 사이 얼룩진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케팅 부재와 관중 급감으로 각 구단의 적자 폭은 매년 증가했고, 국가대표 선발은 실력보다 파벌이 앞섰다. 특히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은 한국 스포츠사에 가장 암울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튀니지와 치른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하며 브라질월드컵 전망을 어둡게 했다. 목표는 원정 첫 8강에서 조별리그 통과로 낮춰졌다. 한국축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정신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은 일본과 숙명의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 과거 월드컵 성적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호각지세를 이룬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러나 최근 치러진 A매치 성적과 같은 조 국가들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16강은 기적을 바라는 수준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경기 결과보다 더 먼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이기는 축구’보다 ‘재미있는 축구’, 팬들이 알아주는 축구, TV보다 경기장을 찾고 싶은 축구경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건 없다. 지금의 일본축구가 완성되기까지 J리그 출범 후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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