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홈런 왜 주목받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5-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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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병호(28ㆍ넥센 히어로즈)의 홈런레이스가 화제다. 지난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 부문 단독 선두(16개)에 오른 박병호는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는 17호 홈런을 장외로 날려 보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병호는 25일 현재 넥센이 치른 43경기에 풀타임 출장해 총 128경기가 예정된 올 시즌 85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2003년 이승엽(56호) 이후 11년 만에 50홈런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박병호의 홈런레이스는 홈런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 무명 설움을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홈런 한방 한방은 엘리트선수의 그늘에서 어렵게 훈련하고 있는 무명선수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다.

서울 성남고와 전주대학교를 졸업한 박병호는 고교 재학 당시 4연타석 홈런을 쳐내며 거포 본능을 발휘했지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 무대는 더 혹독했다. 2005년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이듬해엔 군대에 입대,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듯했다. 2008년 군 제대 후 LG 트윈스 복귀 후에도 박병호가 설 자리는 없었다. 결국 박병호는 2011년 쫓기듯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밑바닥 프로생활이었다.

그러나 박병호에겐 남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천재성이 아니다. 내야땅볼을 치고도 전력 질주하는 성실성이다. 게다가 부상이나 슬럼프 한 번 없을 만큼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성적에 상관없이 욕심을 낼만한 선수였다.

그의 성실성은 만년 하위에 허덕이던 넥센을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시켰다. 박병호의 성실성은 헝그리정신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넥센은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4강에 들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오랜 무명시절을 딛고 일어선 박병호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올 시즌은 유난히 외국인 선수가 많다. 각 부문 타이틀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박병호는 외국인 타자와의 만남을 경쟁보다 배움에 비유했다. 배울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는 무명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단지 박병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면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다. 그러나 무명보다 혹독한 것은 현실에 대한 안주와 나태함이다. 박병호는 자만과 나태함의 대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전력 질주는 다른 4번 타자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집념이 느껴진다. 바로 그것이 박병호의 홈런레이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마치 날개라도 달린 듯 우아한 아치를 그리며 날아가는 박병호의 홈런 볼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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