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장동건입니다. 이번에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신작 ‘우는 남자’에서 킬러 곤 역을 맡았습니다. 곤은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다가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모경(김민희)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죄책감에 갈등하는 인물이에요. 킬러하면 멋진 액션과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되지만 ‘우는 남자’에서 제가 고민한 것은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또 액션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어요. 4~5개월 정도 하루 4~5시간씩 일주일에 4회 액션 훈련을 받았어요. 영화를 준비하기 전에 체력 관리를 못해서 초반에 많이 힘들었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나서는 재미를 느끼면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저씨’란 영화를 좋아해요. ‘우는 남자’는 ‘아저씨’의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에 흐르는 정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야기와 주인공의 삶이 확연히 다르고 액션 콘셉트도 달라요. 한편으로는 ‘굳이 ‘아저씨’와 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농담 삼아 이정범 감독에게 ‘원빈과 ‘우는 아저씨’를 찍으면 어떨까?‘라는 말도 했었죠.
‘우는 남자’에 캐스팅 되고 나서 모경 역을 누가 할까 관심이 참 많았어요. 곤 입장에서 모경을 연기할 배우는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모경 역에 김민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20년 넘게 상대 배우와 작업하면서 남자 배우는 그렇지 않은데 여배우는 한순간 알에서 깨는 느낌을 가끔씩 받았어요. 김민희가 그런 경우였어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깊이 있게 힘든 감정을 잘 소화해줘서 개인적으로 감사했어요. 선배 배우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김민희를 볼 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배우에요.
사실 개인적으로 흥행에 목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출연하지 않은 작품의 흥행을 나름대로 예상해보지만 계속 틀려요.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는 제작한 사람의 손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흥행은 불가항력적인 것이죠. 다만 감독과 영화를 찍으면서 다짐한 것은 흥행은 우리의 것이 아니니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자는 점이었어요. 지금 심정도 그렇습니다. 흥행보다는 이 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면 좋겠어요. 500만 정도만 넘으면 굉장히 만족할 것 같아요. 한국영화 시장 규모를 볼 때 1000만 영화가 1년에 한두 편 정도 나오기 때문에 조금의 기대도 안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1000만이라는 숫자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죠. 관객이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해요.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최근에는 딜레마 생길 때가 많아요. 가정을 꾸리는 사람으로서의 장동건과 배우 장동건의 선택에 있어 가끔 충돌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지만 그때그때 현명하게 잘 선택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