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주주권 강화’ 국민연금, 독립성이 먼저다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4-03-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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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가 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1년 4월 미래기획위원회는 곽승준 위원장의 입을 통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하자 전경련과 경총은 대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후 이 문제는 유야무야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3년이 지난 지난달 28일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개정했다. 부적격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등 의결권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행사키로 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에는 투자위원회와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지었지만 소위원회로 그 주체를 변경해 실행력을 높였다.

국민연금은 그 첫 번째 타깃으로 만도를 택해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행사했다. 비록 반대의견은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판결 없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주주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의 침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였다.

2011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공방이 오고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들이 노후보장을 위해 맡긴 돈으로 경영 간섭을 하는 건 월권 행위라고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재계 일각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를 거론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금 사회주의는 피터 드러커가 만들어낸 용어로 연기금이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면 결국 연기금의 주인인 노동자가 기업을 움직이는 새로운 사회주의가 시작된다는 이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단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하나는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권 강화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상 과제는 국민에게 풍요로운 노후를 제공하는 것이다. 풍요로운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금 운용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따라서 주주권 행사의 목적은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데 있어야 한다. 기업이 투명 경영을 도모해 주식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주주권 행사의 모범 사례는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CalPERS) 펀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캘퍼스 펀드가 참여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이른바 ‘캘퍼스 효과’ 가 회자될 정도로 바람직한 주주권을 실천하고 있다. 캘퍼스 펀드가 퇴진시킨 CEO도 한두 명이 아니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유독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인지도 모른다. 의결권을 강화키로 한 국민연금 행보에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는 건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정치로부터 독립 됐나’라는 질문을 던지면 솔직히 아직은 ‘아니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아직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한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정권과 국민연금이 유착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정치로부터 독립 없이 주주권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 실증적인 사례를 포스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를 무려 40여개나 늘렸다. 신성장 동력 확충을 명분으로 인수한 회사들이 되레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정 전 회장 취임 전 두 자릿수를 보였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고 부채 비율은 증가했다. 당연히 신용등급은 강등됐고 주가는 추락했다.

국민의 노후보장이 제1의 책무인 국민연금으로서는 당연히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경영판단 미스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데도 실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 역시 정치로부터 독립이 안 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80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130여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2곳은 10% 이상 확보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막중하다. 이제부터라도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시켜 자본시장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일조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연금이 올바른 방향에서 주주권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건 간단하다. 간섭을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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