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제 목소리’를 내자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130여개에 달하며 그중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42개 기업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국내 대기업집단 대부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에서 총 14개 계열사에서 5%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며 현대기아차그룹에서는 8개 계열사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급한 곳은 효성이다. 효성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장남 조현준 부사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그런데 세 후보 모두 검찰에 의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들 세 후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또 만도와 마찬가지로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이 활발했던 두산그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중공업 주총에는 최고경영자 등 사내이사 2명의 재선임 여부가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는데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자회사 두산건설에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 및 현물출자를 실시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지원으로 인해 당시보다 주가가 20% 넘게 내려간 상황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1명씩에 대한 선임 건이 예정돼 있는 대한항공 역시 상황은 불안하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을 담보로 한진해운 측에 2500억원의 대여금을 지급했고,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국민연금은 최근 대표이사의 형이 확정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SKㆍCJ 지분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7%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며 코오롱 역시 이웅렬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