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회를 맞이한 한국대중음악상은 인기의 지표로 여겨지는 판매량 대신 음악적 성취를 기준으로 삼아 수상자를 선정한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고 한국대중음악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2004년 시작됐다. 쉽게 말해 ‘한국의 그래미상’을 표방한 시상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그래미상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많은 음악팬들이 이날 시상식을 찾았지만 서서 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했던 것은 변변한 후원이 없었던 탓이었다. 주류와 비주류를 오가는, 다시 말해 지금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이나 유명 가수가 등장하지 않는 시상식에 관심을 보내는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음악에도 시장 논리는 엄연히 존재했다.
2012년 청년유니온의 청년뮤지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디 뮤지션의 월평균 고정 수입은 69만원에 불과했다. 한 달에 5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은 38%나 됐지만, 월수입이 200만원을 넘는 사람은 9%에 그쳤다.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꿈만 같은 이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언제부턴가 음악 방송 프로그램은 아이돌 그룹의 독무대가 되어 버렸다. 만일 K팝 문화가 현 상태로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한국 대중음악은 음악 방송 프로그램처럼 획일적인 틀에 갇혀 버릴 위험이 높다. 대중은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이용할 기회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고른 관심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국대중음악상이 꿈꾸는 균형 잡힌 대중음악계는 말 그대로 꿈에서 끝나고 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