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트리플 악재]“한국 ‘좀 잘나가는 신흥국’… 취약 신흥국과 차별화 어려워”

입력 2014-02-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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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硏, 최근 동향 분석 “차별화보단 동조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여타 취약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 늘어난 외환보유고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가 취약 신흥국들과 차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다소 잘나가는 신흥국’ 정도로 평가될 뿐 신흥국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도 시장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14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원화 가치 절하, 주가 하락,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 등은 취약 신흥국들과 차별화보다 동조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21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버냉키 쇼크’ 발생 이후부터 지난 3일까지 4개 기간으로 구분해 시기별로 취약 신흥국 14개국과 우리나라의 환율, 주가, CDS프리미엄 등을 분석해 그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첫 번째 단계인 지난해 5월 21일부터 6월 말까지의 ‘불안 초기’ 국면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변수는 신흥국과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흥국들은 평균적으로 환율이 3% 절하됐고, 주가는 5.7%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은 78.9bp(basis point: 0.01%포인트에 해당) 상승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도 원화 2.7% 절하, 주가 6% 하락, CDS프리미엄도 21.6bp 상승했다.

두 번째 단계인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의 ‘불안 고조기’ 국면에는 우리나라와 신흥국들의 금융 변수들이 뚜렷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는 인도, 브라질, 터키 등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 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인도네시아 등으로 금융 불안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였던 때다. 신흥국의 경우 ‘불안 초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됐으나 우리나라는 신흥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원화 절상, 주가 상승, CDS프리미엄 하락을 나타냈다. 세 번째 단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 17일까지의 ‘상대적 안정기’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금융변수들도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8일 미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결정한 후부터 올 2월 3일까지는 신흥국 및 우리나라의 금융변수들은 ‘불안 초기’ 시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신흥국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환율은 5.5% 절하됐고, 주가는 2.3%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은 78.2bp 상승했다. 우리나라 금융 변수들도 같은 기간 원화는 2.5% 절하됐고, 주가는 2.3%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은 17.6bp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이 미 연준의 출구 전략 시행 예고에 따른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면, 올해는 출구 전략의 ‘실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은 올 1월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기존의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줄였고, 지난 1월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 감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취약 신흥국들과의 차별화가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상황이 다소 나은 신흥국’ 정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원화 및 채권 등은 국제 금융불안 상황에서 자금을 맡겨 둘 만한 안전자산으로 확실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배경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바닷물이 조금 빠질 때는 높이 솟은 암초만 드러나지만, 바닷물이 더욱 빠지게 되면 높지 않은 암초까지도 수면 위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며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수록 확실한 선진국으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가 취약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대접을 받기보다 도매급으로 비슷한 대접을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미 연준은 신흥국의 개별적 어려움을 크게 고려해 출구전략의 속도를 조절해 가기보다 자국의 경기 회복 강도를 중시하는 ‘마이웨이(my way)’식 출구전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악화된 국제 금융시장 상황으로 인해 취약 신흥국들과의 차별화보다 동조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실제로 테이퍼링 축소 시작 결정은 이례적으로 연준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으며, FOMC 직후 발표된 통화정책 결정문에는 신흥국 금융 불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FOMC에서 투표권을 지닌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연준은 세계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미국의 중앙은행일 뿐이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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