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새로 오픈한 그 골프장 가봤어? 코스 좋더라고.”
“나도 가봤어. 근데 좀 지루해서 별로던데….”
골퍼들끼리 주고받는 흔한 대화다. 같은 골프장이라도 이처럼 평판이 서로 다른 골프장이 적지 않다. 어떤 골프장이기에 이용자들의 평판이 전혀 다른 걸까.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골프장 코스 설계와 평가 기준에 대해 안목을 갖춘 아마추어 골퍼는 많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코스, 혹은 스코어가 잘나오는 코스를 좋은 코스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골프장 코스에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모르는 비밀이 많다. 일반적으로 국제 규격 골프장은 특성이 다른 18홀로 구성된다. 파72가 기준이지만 난이도에 따라서는 파71, 또는 파70, 파73인 코스도 있다. 만약 파72 코스라면 파3홀과 파5홀이 각각 4개, 파4홀은 10개로 구성된다. 전장은 파3가 180~220야드, 파4는 340~480야드, 파5는 500~600야드다.
이외의 규격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어서 코스 설계가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코스가 만들어진다. 결국 골프장은 대자연을 무대로 한 예술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장 코스설계가 송기철(가온골프) 대표는 “골프장은 자연의 일부다. 골프는 자연에 순응하고 극복하는 경기다. 따라서 축구장이나 야구장처럼 규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프장마다 규격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동등한 조건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대단히 공정한 경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IP지점(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은 가급적 없는 것이 좋다. 해저드나 장해물을 파악하지 못하면 전략 없는 플레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성된 국내 골프장(18홀 기준) 설계는 약 3억원에 거래된다. 반면 외국의 유명 프로골퍼의 코스 디자인은 10억~20억원 수준으로 많게는 20억원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모든 코스가 명품이 될 수는 없다. 좋은 코스로 평가받기 위해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좋은 샷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송기철 대표는 “플레이어가 의도한 대로 잘 날아간 볼에 대해서는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착시현상이나 슬라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홀에서도 그것을 감안해서 설계돼야 한다”며 “굿샷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불리한 조건에서 플레이하거나 스코어를 잃게 되는 코스는 최악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