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에 이어 이틀 연속 국내 증시가 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무려 19조 6900억원이다.
신흥시장 불안에 G2(미국과 중국) 경제지표 부진까지 겹친데 따른 것이다.
4일 코스피는 33.11포인트(1.72%) 내린 1886.8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만에 1900선을 하회하며 장을 마감한 것.
이날 코스피 지수는 1900선 아래에서 장을 시작했다. 밤사이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2.08%, 2.28% 하락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2.61% 급락한 3996.96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증시 부진은 유럽 증시 마저도 끌어내렸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1%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로 장을 마감한 것. 아시아 증시 역시 급락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가 전일 대비 4.18% 급락한 1만4008.47에, 토픽스지수는 4.77% 떨어진 1139.27로 거래를 마쳤다. 싱가포르증시 ST지수는 오후 3시30분 현재 0.85% 하락한 2965.40을 기록하고 있으며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2.56% 떨어진 2만1491.69에 거래되고 있다. 항셍지수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이처럼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잇는 것은 미국과 중국, G2의 저조한 경제지표 발표때문이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제조업 PMI가 51.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망치인 56과 직전월(12월)의 56.5(수정치)를 밑도는 것이며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밝힌 지난 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4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54.6보다 하락한 것이다.
이민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1월까지 미국에 기록적인 한파가 지속되면서 기업 구매관리자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채권 매입 축소 문제도 맞물리며 미국 주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이은 미국 연준의 채권 매입 축소 결정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신흥국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 내 불안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미국 경기 회복 속도는 작년 하반기보다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연일 팔자…이틀간 1조 넘게 매도
수급 상황도 좋지 않았다.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 외국인은 66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4000억원 넘게 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660억원과 2648억원을 순매수 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 1450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 2360억원 순매도 등 총 381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코스피는 급락했고 비금속 광물을 제외한 전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비금속광물 역시 상승폭이 0.02%에 그쳐 보합권에 머물렀다. 기계가 3.45%, 증권이 2.88%, 운수창고가 2.8% 하락해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특히 증권업종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삼성증권이 장중 9% 이상 떨어진 3만8900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대우증권도 장중 4% 가까이 하락한 8190원을 기록하며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 외에도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SK증권, HMC투자증권 등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권주 뿐만이 아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 44개, 코스닥 52개 종목 등 총 96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한편, 코스닥 역시 전일 대비 6.06포인트(1.18%) 내린 507.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149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60억원과 77억원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