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민영화는 나쁜 것인가

입력 2014-01-06 11:14 수정 2014-01-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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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철도공사의 파업기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민영화’란 용어에 대해 많은 혼란이 있었다. 대체로 민영화는 나쁜 용어로 인식되는 경향이었다. 정책 방향은 핵심용어 몇 개로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개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핵심용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바른 인식이 깔려야 한다. 일반국민들은 개혁의 세부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른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를 바탕하므로, 아무리 교육홍보 해도 절대로 실상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래서 개혁은 용어 선점의 경쟁이다. 몇 개 용어로 국민을 감성적으로 설득하면, 개혁은 성공하는 반면, 나쁜 어감을 주면 실패한다.

조선시대 성리학 체계에서 ‘민’은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억제 대상인 반면, ‘공’은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였다. 이러한 전통이 민간 시장경제를 나쁘게 보고, 정부 개입을 공익을 위한 천사의 손으로 생각하게 했다. 이런 오래된 인식이 깔려 있으므로, 관을 배제한 민영화의 의미를 이해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민영화의 핵심은 ‘경쟁’이다. 사람은 경쟁을 싫어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공급자들이 경쟁하는 것이 좋다. 반면 공급자는 독점을 좋아한다. 공급자가 소비자를 생각하며 상품 개발에 고심하는 것은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나 독점 공급자가 되면,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무시하고 살 수 있다. 그야말로 신의 직장이 된다. 공기업은 독점 공급자다. 그래서 공기업을 두고 ‘신의 직장’이라 한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알 필요도 없는 방식은 민간의 독점공급자와 같지만, 훨씬 더 좋은 게 있다. 공기업 뒤에는 든든한 물주가 있다. 정부 곧 국민이다. 독점 공급자인 공기업은 경제성을 생각할 필요없이, 급여 및 복지 등 최고 수준의 자리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자리를 자꾸 만들면 새로운 보직과 수당도 생긴다. 상품원가를 신경쓸 필요 없으니,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점차로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공사 부채규모는 2004년에 6.3조원이었으나, 2012년에 15.6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래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공익을 위해 희생하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니, 세금으로 부채를 해결해 준다. 이런 구조이면 개인의 능력 개발과 경쟁은 없어지고, 집단논리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들 집단의 파업은 결속력이 높다. 철밥통으로 굳어진 그들만의 이익을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바꾸어, 그들만이 가진 무기를 휘두른다. 이른바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다. 철도공사의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공기업은 국가기간망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이 매우 크다. 이는 곧 정치권에 부담이 되므로 정부와 정치권과의 협상에 유리하다. 몇차례 정권을 거치면서도 공기업 개혁이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다.

철도공사는 파업기간 동안 ‘국민철도’를 얘기했다. 자회사를 만들면 민영화 전 단계이고, 민영화하면 국민철도가 아닌, 재벌철도가 된다는 얘기다. 그들이 얘기하는 ‘국민’은 공사 직원을 얘기하지, 절대 전체 국민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국민철도’가 되기 위해선 공사직원들을 경쟁의 메커니즘으로 넣어야 한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그들만의 철도가 마치 ‘국민철도’가 되는 희한한 논리다.

공기업을 개혁하는 길은 민영화뿐이다. 자회사 설립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안이지만, 낮은 단계의 경쟁이다. 좀 더 높은 단계의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민영화가 유일한 수단이다. 흔히 낙하산 기관장의 전문성을 얘기하지만, 독점체계이면 전문가도, 그 체제에 안주하게 마련이다. 조선시대엔 민을 배척하고 관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관을 배척하고 민을 앞세우는 시대다. 민영화는 정부 개혁의 핵심용어이므로, 의식있는 정치 지도자는 끊임없이 민영화 의미를 국민에게 각인시켜 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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