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의 눈물, 왜 아름다울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1-0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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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SBS 연예대상 대상 김병만(사진 = 뉴시스)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목이 메였다. 트로피를 들어 올린 손이 떨렸다. 목소리는 울먹였다.“대상은 나에게 정말 큰 상이다.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물속에 들어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선배들은 대상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난 거기에 비하면 부족한 게 참 많다. 저만의 방식으로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는 최선을 보여드리겠다.”개그맨 김병만(39)이다. 그가 지난 12월30일 열린 ‘2013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긴 기다림이었다. 너무나 힘든 고통이었다. 무수한 땀을 흘린 뒤였다. 웃음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가난한 집안부터 신체적 단점까지 내세울 것 하나 없었다. 수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대중은 대상 트로피를 치켜든 김병만을 보며 감동의 파장이 일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눈물을 보며 함께 울었다.

김병만의 대상 트로피는 단순한 쇳덩이가 아니다. 김병만에게 인기와 명예를 인증하는 증표의 의미도 넘어선다. 그 트로피는 가진 것 없는 이에게 꿈을, 좌절한 이에게 도전을, 실패한 이에게 용기를, 절망한 이에게 희망을, 고통과 슬픔에 잠긴 이에게 위안과 웃음을 안겨주는 소중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김병만, 그는 159Cm 단신에 가진 것 없어 늘 기죽어 살았던 시골 아이였다. 자신감이 없어 내성적이 된 아이는 어느 날 우연히 던진 말에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너무 좋아 개그맨으로 꿈을 정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무작정 상경해 건물철거, 신문배달, 보조출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개그맨 시험에 올인 했다. 개그맨 시험에서 7번, 대학입시에서 6번 떨어졌다. 2002년 꿈에도 그리던 개그맨이 돼서도 신선함이 없다는 이유로 출연기회 조차 얻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개그맨은 김병만의 꿈이었고 전부였기에. 그는 동료들이 방송에 나가 웃음을 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에도 무대 뒷편에서 웃음의 무기들을 차곡차곡 준비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KBS ‘개그콘서트-달인’이었다. 매회 엄청난 육체적 고통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달인’아이템을 완벽하게 소화하기위해 온몸을 던졌다. 멍자욱과 부상을 달고 살았다. 웃음을 선사할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 부상마저 즐거웠다. 대중은 ‘달인’김병만이 창출하는 웃음이 땀과 피눈물의 등가물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환호했다. 평발과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 처음 타보는 스케이트임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한 SBS‘키스 앤 크라이’의 김병만은 피겨여왕 김연아마저 눈물짓게 했다. 김연아는 “늘 열심히 하고 노력으로 하나 하나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다”라며 찬사를 했다.‘정글의 법칙’에선 극한 상황에서도 팀원들을 챙기며 기막힌 스토리텔링과 웃음의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다큐예능의 진수를 보였다.

그는 최고의 개그맨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문제 있는 연예대상 수상자 선정으로 지난 6년동안 대상후보에 올랐지만 대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수많은 시청자들은 무관에 그쳤던 김병만에‘웃음의 달인’‘슬랩스틱의 1인자’‘다큐예능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를 헌사하며 마음속으로 진정한 대상을 수여했다. 김병만은 한숨과 좌절대신 김병만 만의 웃음의 코드와 스타일을 구축하며 대체불가의 경쟁력을 갖췄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노력과 고통 속에서 마침내 대상이라는 찬연한 꽃을 피웠다.

그런 그에게 어떤 이는 “단점이 많은데도 그것에 굴하지 않고 이를 장점으로 전환시키며 자신의 삶을 진정한 승리로 이끈 개그맨” 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을 넘어선 인생의 모델”이라고 말한다.

대상 트로피를 보며 “그래.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여기까지 왔잖아. 뛰지는 못하지만 쉬지 않고 계속 기어서 왔어. 한순간에 확 뜨는 사람은 중간에 여유를 부릴 수 있겠지. 나는 기어서라도 내 목표까지 가는 거잖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봐. 아무리 토끼가 빨라도 결국에는 거북이가 이겼잖아”라는 김병만 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라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것은 그가 흘린 눈물이 왜 아름다운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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