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학문적 접근은 1980년대부터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접근하는 시각에서 조금씩 차이를 가지지만,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의 연장선 상에서 CSR를 설명하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선 기업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 높은 ‘전략적 CSR(strategic CSR)’를 추구하게 되었다.
한국에선 기업의 CSR에 대해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다. 일단 CSR의 번역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직역하고 있다. 이에 따라 CSR에 대한 해석을 본질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책임에는 적정개념이 없으며, 책임의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끝없는 책임의 무게를 지고 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액이 3.3조원 규모이며, 선진국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다. 더구나 ‘사회적’이란 용어를 붙임으로써 사회에 대한 책임도 떠맡게 되었다. 이러한 시각은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집단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들 집단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용어를 앞세워서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기업의 경제행위를 오도한다. 한국에서 기업의 CSR에 대한 시각은 심각한 수준이다. CSR가 기업 스스로의 선택행위가 아닌, 강제에 의한 지출일 때, 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고,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한계를 가진다. 이제 기업의 CSR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기업의 CSR에 대한 번역부터, 사회적 책임이 아닌 ‘사회적 공헌’으로 해야 한다.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공헌하는 일종의 투자행위이다. 기업이 자본과 노동으로 상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투자 행위인 것이다. 기업은 좀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사회적 공헌 수준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의 이윤 추구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시장경제의 우수성이 개인의 사적이익 추구가 결과적으로 공익을 극대화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경제는 그리 밝지 않다. 정부가 창조경제 등 여러 가지 구호성 단어를 내세우면서 경제성장을 얘기하지만,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에게 경제적 자유를 더 주면, 창조를 통해 더 높은 이윤을 가능하게 한다. 높은 이윤이 발생해야 고용할 여력도 생기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더 속박하는 환경이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마저도 ‘사회적 책임’으로 밀어붙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기업은 일정 부분의 이윤을 희생해야 하고, 이는 고용을 감소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기업을 위한 정책이 곧 국가를 위한 정책이다. 이 단순한 논리를 저버리고, 기업과 국가를 이분화하여 기업에게 국가 역할을 요구할 때, 기업과 국가가 동시에 추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