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나만의 아버지상을 만들어라 '조지훈 家'

입력 2013-11-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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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조지훈 부인 김난희 여사와 3남1녀 자녀들의 어릴 적 모습.
아버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에 ‘친구 같은 아버지’가 바람직한 아버지상으로 회자되곤 한다. 놀아주는 것은 초등학교나 길게 잡아 중학교까지인데 아버지가 놀아주고 안 놀아주고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녀교육을 위해 수많은 동서고금의 사례를 접하면서 아버지와 잘 놀아서 성공했다는 사람은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마음일 거다. 아버지가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자녀들이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 아버지상이지만 조지훈(본명 동탁, 1920~1968) 시인의 사례는 지금도 아버지 역할을 하는 데 교훈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조지훈은 3남1녀를 두었는데 자녀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길을 밝혀준 멘토로 ‘아버지’를 꼽았다. “진정 어린 살가운 추억과 통속적 재미, 재산은 남겨 주시진 못하셨지만 그 대신 고상한 정신을 듬뿍 선물로 주신 아버지, 글과 말과 행동의 삼위일체로 ‘혼이 깃든 가르침’을 주신 아버지, 당신은 우리들의 거울이란 걸 늘 염두에 두고 사셨던 아버지….”

장남 조광렬의 말처럼 아버지 조지훈은 자녀들이 늘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 조광렬은 건축가로 활동하다 60살에 이르러 그가 결코 가지 않겠다던 ‘문인’의 길에 들어서 미국에 거주하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외교부 차관으로 재직 중인 차남 조태열도 외교관의 길을 가는데 언제나 등대와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조지훈은 요즘 말하는 ‘친구 같은 아빠’는 결코 아니었다. “자녀들에게 어린이 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 작은 선물을 주신 적도 없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간 적도 없고 캠핑조차 가 본 적이 없다. 졸업식에 와서 한 번도 축하해 주신 적도 없다. ‘이제 너도 세상에 나가야 하니 이 돈으로 양복이나 한 벌 해 입어라’ 하시며 선뜻 돈을 건네 주신 적도 없다”고 장남 조광렬은 ‘나의 아버지 조지훈’이란 책에서 말한다.

그러나 조지훈은 자녀들에게 강렬한 모습을 각인시켜 주었다. 집에 돌아오면 늘 한복을 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서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자녀들은 한결같이 아버지의 이 모습을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어쩌면 가장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멘토는 물질적인 부를 물려주는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인 양식을 들려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버지가 자녀의 멘토가 되려면 조지훈처럼 잔소리보다 집에서 책 읽는 모습만큼은 보여주어야 한다. 또 자신의 ‘글’을 남긴다면 자녀들은 ‘아버지의 글’을 등대 삼아 인생의 길을 열어 나갈 것이다. 거창하게 책이 아니더라도 매일 일기를 쓰거나 다이어리에 메모라도 남긴다면 그 또한 훗날 자녀에게 훌륭한 양식이 될 수 있을 게다. 자신의 삶과 가족 사랑이 담긴 ‘아버지의 글’은 정신적 양식이 되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등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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