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공기업 개혁과 강태공의 빈낚시

입력 2013-11-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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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나라 초기 정치가이자 공신이며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시조인 강태공은 본명이 여상(呂尙)이다. 강태공은 뒤늦은 나이인 일흔둘에 주나라 서백(西伯: 문왕)을 만나 태공망(太公望)이란 이름을 하사받은 것이 후세에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그는 문왕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기다리며 오랜 세월 위수 강변에서 바늘 없는 빈 낚싯대를 드리우며 세월을 낚고 있었다.

기이하게 여긴 문왕은 왜 빈낚시를 하는지 질문을 던지자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다”는 말에 감복해 “어찌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강태공은 “왕자(王者)의 나라는 일반 백성들이 더 부유하다. 패자(覇者)의 나라는 관리들만 부유하다. 겨우 존재하는 나라는 사대부만 부유하다. 무도(無道)한 나라는 국고만 부유하다. 자고로 위가 새면 아래가 새는 법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문왕이 인재등용이 낚시 놓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질문했을 때 강태공은 “낚시에는 세 가지 뜻이 있는데 미끼로 고기를 낚는 것은 보수를 주면서 여러 분야의 인재를 발탁하여 쓰는 것과 같으며, 좋은 미끼가 좋은 고기를 낚듯이 높은 보수를 주면 누구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한다. 낚인 고기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듯이 벼슬을 주는 것은 그 능력에 따라서 주는 것과 같다”며 “그 깊은 이치를 알게 되면 가히 큰 뜻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에 문왕은 강태공이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를 등용해 자신의 스승으로 삼았고 그의 아들 무왕은 강태공을 군사로 삼아 은나라 주왕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었다.

최근 정부가 방만·부실경영을 일삼아오던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며 채찍을 들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연말까지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공기관 개혁을 서두르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가 500조원을 넘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서둘러 공공기관 개혁에 나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성공하려면 위에서 말한 강태공의 ‘인재 등용론’과 ‘위가 새면 아래가 샌다’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흐지부지했었다. 그 이유는 공공기관장 등용에 인재가 아닌 정권에 도움을 준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냈기 때문이다. 이들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 노동조합과 타협하면서 현재와 같은 기이한 임금구조와 과다한 직원 복리후생제도가 탄생했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로 설립돼 독점적 지위로 손쉽게 이익을 취해 왔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내부 유보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쌓아 놓거나 방만경영으로 부채가 증가해도 임직원들은 매년 돈 잔치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같은 공공기관의 악순환을 근절하려면 먼저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아닌 인재를 내려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 쌓아둔 과다한 유보금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방만경영으로 부채가 쌓인 공공기관은 이 기회에 뿌리가 뽑힐 수 있도록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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