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세 드라마, 왜 추악할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1-07 10:35 수정 2013-11-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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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부국장 겸 문화부장

▲'상속자들'(사진 = 화앤담픽처스)

지난 10월 15일 자료 하나가 눈길을 부여잡는다. 2010년 44억2000만원, 2011년 207억7000만원, 2012년 344억3000만원, 2013년 1~8월 267억6000만원.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지난 10월 15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밝힌 수치로, 간접광고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의 방송사 간접광고 매출액 규모다.

수영장 딸린 저택, 럭셔리한 외제차, 명품 가방과 의상…. 10월 9일 첫 방영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 펼쳐지고 있는 재벌2세들의 호화쇼다. 그룹 회장의 고교생 아들과 호텔 재벌2세 등이 등장하는 드라마 장면들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하다. 작가와 연출자 등 드라마 제작진은 재벌이 나오지 않으면 드라마가 안 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는 듯 일일극에서부터 주말극, 미니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을 온통 재벌2세로 도배하고 있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재벌2세가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 찾기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간접광고의 급증과 ‘상속자들’, ‘미래의 선택’ 등 재벌2·3세 드라마의 안방 점령.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무서운 연계다. 제작진의 노골적 탐욕 속에 갈수록 끊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결탁을 하고 있다.

‘상속자들’처럼 드라마에 재벌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화려한 물품 전시가 가능하고, 그래야 간접광고 물품의 선택 폭과 횟수를 무한히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팬뿐만 아니라 외국 한류팬마저 “한국에는 재벌만 있나. 재벌2세 드라마가 왜 이렇게 많으냐”고 말할 정도로 최근 홍수를 이루고 있는 재벌2세 드라마는 간접광고를 극대화시켜 이윤을 최대한 창출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속 보이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제작진의 얄팍한 탐욕으로 범람하게 된 재벌2세 드라마는 간접광고 폐해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일차적 피해뿐만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이고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시청자의 정서와 인식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드라마의 지배적 이미지나 관습적 서사 등은 우리의 삶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생산적이거나 퇴행적 상황 또한 야기한다. 특히 재벌2세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재벌2세와 그 대척점에 있는 서민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식의 이미지와 관행적 서사는 대중에게 편견과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정당화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재벌2세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땅의 주역인 서민과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철저히 배제해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재벌2세의 연인 역할로 주로 등장하는 가난한 여성으로 대변되는 서민에 대한 전형적 묘사로 인해 서민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드라마는 이 땅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뿐만 아니라 서민의 올바른 정체성 형성과 표출을 방해하거나 이들이 사랑에서부터 생활에 이르기까지 주체적 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활동을 펼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속자들’, ‘미래의 선택’ 등 재벌2세가 전면에 나서는 요즘 재벌2세 드라마들이 작심하고 보여주는 이미지와 서사를 통해 재벌을 비롯한 상류층의 문제와 잘못에 대해 눈멀게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일부 문제 있는 추악한 재벌들을 미화하고 정당화시키는 작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 재벌가와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가 온갖 세금 탈루, 공적자금 유용 등 추악한 일들을 저지른 무임 승차자, 일부 재벌들을 미화해 이들에 대한 폐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마취 효과가 큰 문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그의 저서 ‘프리라이더’에서 한 지적이다.

TV 화면 속에선 고가의 화려한 명품으로 무장한 너무나도 잘생긴 재벌2세가 돈이 아닌 사랑에 의미를 부여하며 가난한 여성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는 지고지순한(?) 모습이 펼쳐진다. 그런데 화면을 빠져나오니 한 재벌 회장 일가의 추악한 도덕적 해이와 범법행위로 회사 직원은 자살하고 수많은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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