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월세와 전세의 모순

입력 2013-10-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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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빌리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전세와 사글세다.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전세 수요자들은 매년 냉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은행 예치금 이자까지 낮아져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들의 아우성 때문이다. 그나마 전세대출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신용을 보유한 서민이라면 4%대의 이자로 오른 전세금을 충당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이런 정상적인 서민들에게 냉혹하기만 하다. 전세물량을 월세 등 사글세 물량으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모아둔 목돈으로 집을 빌리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와 같은 주택시장 현실에서 전세와 사글세는 모순 관계에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집을 빌려 살아야 하는 서민들이 많다는 것은 집이 그동안 투기와 투자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세는 집 없는 서민들에게 유리하고 월세는 집주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4인 가족 기준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세금 2억5000만원에 살고 있던 30평 아파트가 갑자기 1억5000만원에 월 100만원으로 월세 전환이 된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가계소득이 100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전세금 2억5000만원 중 1억원을 연리 4%에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 연간 집을 빌리는데 사용하는 현금은 480만원이다. 월세로 전환됐을 경우의 1200만원과 비교해 2.5배 수준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또 월세비용으로 부담할 수 있는 전세금 상승분은 무려 1억5000만원이다. 이는 집주인이 전세금에 대한 월세를 계산을 할 때 8~10%의 이자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여유 주택을 마련했는데 집값은 오히려 내려가니 막대한 비용이 생기게 된다. 사들인 집값 상승분으로 대출 이자분을 상쇄하고도 남아야 하는데 오히려 주머니가 비어가니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 상황 속에서 전세수요자와 집주인들에게 여전히 나타나는 공통점은 아파트 신화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30년 있다가 남는 것은 30년 전에 새 집값까지 쳐주고 산 몇 평 되지 않는 땅에 대한 권리뿐이다. 집주인도 떨어진 집값과 그동안 낸 이자를 빨리 회수해야 하는 심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집주인은 아파트 신화에 대한 거품을 얼른 넘겨야 하고 세 들어 사는 서민들은 이 거품을 떠안지 않고 집을 사고 싶다. 세 들어 살다가 뒤늦게 집을 마련한 서민도 미래에 현재의 집주인의 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 들어 사는 서민들에게 얼른 집을 사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월세와 전세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파트를 가격이 떨어져서는 안되는 본질가치를 지닌 투자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국민들의 심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회계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는 감가상각이 되어야 하는 유형 설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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