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부동산 연착륙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09-27 10: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국내 부동산경기와 관련해 자주 쓰는 용어로 ‘연착륙’과 ‘경착륙’이 있다. 이 용어는 원래 항공업계에서 쓰는 표현이다. 연착륙, 곧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은 비행기가 천천히 고도를 내리면서 부드럽게 착륙하는 것을 뜻한다. 승객들이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을 잘 느낄 수 없을 만큼 편안한 착륙이다. 반대로 경착륙, 곧 하드 랜딩(hard landing)은 비행기 고도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착륙할 때 비행기가 충격을 크게 받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들이 한 나라의 경기나 기업 경영 상황의 하강 양상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표현으로 쓰인 지는 오래됐다. 그런데 지난 7월 있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펌 랜딩’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펌 랜딩(firm landing)의 펌(firm)은 우리말로는 ‘단단한’, ‘견고한’이란 뜻이다. 그러니 펌 랜딩은 한자어로 옮기면 ‘견착륙(堅着陸)’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우리는 연착륙을 가장 이상적인 착륙 방식으로 생각한다. 날씨가 좋고 공항 시설이 양호한 가운데 활주로 길이도 충분하면 부드러운 소프트 랜딩을 선택하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날씨가 나쁘거나 활주로 길이가 짧을 때는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 고도를 조금 빠르게 떨어뜨리면서 거칠게 착륙하는 방법이 오히려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어 더 안전한 착륙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펌 랜딩은 바퀴를 활주로에 강하게 부딪치고 타이어의 마찰력으로 최대한 빨리 감속해 활주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착륙 조건이 나쁠 때 무리하게 소프트 랜딩을 시도하면 속도가 빨리 줄지 않아 오히려 미끄러지거나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큰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이쯤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다들 눈치 챘을 것이다. 정부와 기득권, 언론은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가 워낙 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이른바 연착륙론을 내세워 건설업계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갖가지 부양책을 쏟아내는 명분으로 삼았다. 이런 기조 속에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양책들이 줄을 이었고, 박근혜 정부의 4·1 부동산 종합대책이나 전월세대책으로 포장한 ‘8·28 집값 띄우기 대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그러나 결국 4·1종합대책은 ‘두 달 천하’로 끝났고, 8·28대책 또한 비슷한 궤적을 보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착륙이 불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착륙을 부르짖는 사이 가계부채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났다. 2004년 470조원 정도에 불과했던 가계부채 총액은 올해 2분기 980조원을 기록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 4·1종합대책이 나온 뒤 2분기에만 16.9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었다. 지난 5년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온 속도로 계속 가계부채가 늘면 박근혜 정부 임기말인 2017년쯤에는 1218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연착륙을 열심히 부르짖었지만, 오히려 길게 보면 경착륙의 가능성을 키운 꼴이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날씨와 활주로 여건으로 볼 때 연착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조종권을 쥐고 있는 기장이 공항 위를 선회하면서 여건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또는 기도하고) 있는 꼴이다. 온갖 잔꾀를 부려서 연착륙을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연료는 점점 바닥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제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더 늦기 전에 펌 랜딩을 시도해야 한다. 그나마 펌 랜딩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광복절, 태극기 다는 법…올바른 태극기 게양법은?
  • “저가 매수로 한탕”…‘美기술주 레버리지 ETF’ 쟁이는 서학개미
  • 식당→작업실→자택, 슈가 당일 이동 경로 확인…거주지 정문서 넘어져
  • 단독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영업점에서도 판매한다
  • ‘쯔양 공갈’ 구제역‧주작감별사‧카라큘라 등 유튜버 4명 기소
  • 켈라노바, 인수 소식에 7.76%↑…UBS도 호실적에 5.61%↑
  • 15분 차이로 6억 갈렸다… 사람들 몰린 '귀한 몸' 정체
  • [이슈Law] 안세영이 저격한 ‘선수자격 나이 제한’…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 오늘의 상승종목

  • 08.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732,000
    • -3.43%
    • 이더리움
    • 3,703,000
    • -1.52%
    • 비트코인 캐시
    • 473,000
    • -3.19%
    • 리플
    • 803
    • -0.37%
    • 솔라나
    • 201,000
    • -0.4%
    • 에이다
    • 473
    • +0.21%
    • 이오스
    • 702
    • +0.14%
    • 트론
    • 184
    • +2.79%
    • 스텔라루멘
    • 136
    • -1.45%
    • 비트코인에스브이
    • 60,250
    • -1.79%
    • 체인링크
    • 14,550
    • -1.29%
    • 샌드박스
    • 358
    • -2.4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