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빠진 동양그룹…그룹 해체·일부 계열사 파산 불가피

입력 2013-09-2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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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다.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

오리온그룹이 23일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다. 동양그룹의 마지막 카드였던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계획이 형제 그룹인 오리온그룹의 거절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동양그룹은 그룹 해체와 함께 일부 계열사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날 동양증권에 이어 동양생명과 동양자산운용에도 검사원을 급파하면서 계열사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은 일단 동양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상 매각가 1100억원대인 동양매직과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동양파워 등을 매각되더라도 연말까지 돌아오는 기업어음과 회사채 상환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금융권은 당장 오는 12월 23일까지 돌아오는 기업어음과 전자 단기사채만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달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 등의 규모는 1032억원, 이와 별도로 자산유동화 전자 단기사채 2400억원 어치가 올해말까지 만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동양그룹의 총 여신규모는 3조2000억원이다. 이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동양과 동양시멘트 등에 5000억원 정도의 여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1조1000억원이 대부분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몰려 있어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리온그룹의 자금지원이 물거품 된 상황에서 여신 규모가 크지 않은 채권은행이 나서 동양그룹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행을 택한 계열사 중에서도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인 동양시멘트, (주)동양 등은 법정관리행 뒤 회생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무과다 상태에 빠진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은 법정관리 이후 청산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한편 동양증권과 동양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독자생존의 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동양그룹 CP와 회사채가 동양증권 특정금전신탁 계좌로 편입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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