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이 올해 기정사실화하면서 신흥국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
미국의 ‘돈풀기’ 행진이 사실상 마무리될 경우 현지 실세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경제에서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이같은 움직임은 현실화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내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확실해졌다는 평가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날 국채에 대한 팔자주문이 이어지면서 실세금리는 올랐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89%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bp 오른 3.9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수년에 걸쳐 신흥시장은 상대적인 고성장과 선진국에서 비해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자금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급격한 외환 유출로 이어지면서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는 6월부터 8월 중순까지 97억70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에서도 189억1000만 달러가 이탈했다.
미국발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은 대규모 신용 거품을 만들어냈고 이는 신흥국 경제를 떠받쳤다. 출구전략과 함께 이같은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흥시장 위기설의 시발점인 인도 증시는 올들어 7% 이상 바졌고 국채금리는 9%를 돌파하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인도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5%에 육박하고 있는 경상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남미 역시 위험하다. 브라질의 6월까지 1년간 GDP 대비 경상적자 비율은 3.2%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상적자 비율은 4.4%다. 양국 모두 적자 비율이 1~2년 사이에 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경상적자 비율은 3%를 넘어서면 경제가 불안한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동남아를 비롯해 주요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ASEAN)에 대한 지난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5.3%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에 25.7% 감소한 이후 4년 만에 최악으로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아세안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 10국이 포함됐다.
한국의 수출에서 아세안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4%에 달한다. 이는 유럽과 북미시장보다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