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불황탈출 몸부림] 2금융권은 구조조정 ‘무풍지대’?

입력 2013-08-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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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독립법인 체제로 일괄조정 난항… 재무건전성 강화 자체 대책·법인 합병 추진도

은행권이 적자점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잠잠하다. 저성장·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2금융권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그 대응은 다른 모습이다.

이는 2금융권의 특성 때문이다. 농협조합, 새마을금고, 신협은 개별 지점들 각각이 독립 법인임에 따라 은행과 같은 중앙집권적인 방식의 일괄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

◇ 2금융권 실적도 ‘빨간불’ = 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에도 저성장·저금리 여파가 만만치 않다. 올 2분기 농협조합의 순이익은 88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5% 줄었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는 637억원, 신협도 8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57%, 93%로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12년 7월~2013년 6월 -88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04억원 개선됐으나 여전히 큰 폭의 적자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2금융권에서‘구조조정’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수익이 최우선인 은행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지만 2금융권은 지역금융, 관계형 금융의 특성상 건전성 자체를 크게 위협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에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조합의 지점수는 2006년 4131개에서 지난해 말 4513개로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도 3097개에서 3242개로 4.7% 늘었다. 2007년을 제외하고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신협(1472→1701개)과 저축은행(252→331개)도 각각 15.6%, 31.3% 늘었다.

농협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지점은 거의 대다수가 독립법인이다. 개별 법인들이 1~3개 정도의 지점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중앙회 차원에서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하기 힘든 것은 이런 배경이다. 경영여건과 수익에 따라 수시로 점포의 폐쇄와 개설이 이뤄지는 은행과는 대조된다.

◇ 2금융권 구조조정 어떻게 = 그렇다면 상호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농협조합을 관리하는 농협중앙회는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합들의 재무상태를 관리하며 적자가 심각한 법인에 자체적으로 대책을 세우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인근 법인끼리 합병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가 조합의 폐쇄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조합 간의 합의 하에 이뤄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도 최소화가 원칙이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주도 하에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법인끼리의 합병을 단행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법인끼리의 합병이지 지점을 폐쇄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고객들에게 불편이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지점은 그대로 두고 지점을 소유한 법인을 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목적이 있는 마을금고는 구조조정의 폭을 최소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는 다른 상호금융권과 비교해 자산건전화를 위한 법인 합병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2006년과 비교한 지난해 지점수 증가율이 4.7%를 기록, 농협조합(9.2%), 신협(15.6%), 저축은행(31.3%)에 비해 가장 낮은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신협도 신협중앙회가 법인의 실적과 재무상태를 관리하며, 구조조정이 이뤄지지만 점포는 그대로 남겨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도 점포수는 늘어가는 추세다.

저축은행은 다른 상호금융권과 달리 ‘저축은행 사태’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금융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지점 및 인력 구조조정이 최소화됐다는 평가다. 2011년 큰폭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해를 제외하고 저축은행 지점수는 2006년부터 오름세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고객들이 금전 손실 입고 저축은행에서 일하던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피해갈 수 없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010년 말 105개이던 저축은행이 지난 4월 신라저축은행으로 마지막 영업정지가 이뤄지면서 올 5월 91개로 줄었고, 같은 기간 임직원 수도 8587명에서 7255명으로 15.5% 감소했다”고 전했다.

농협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인력 구조조정 또한 지점수 구조조정의 폭만큼이나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은행과 달리 상호금융권은 독립법인으로 경영하기 위한 필수인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또 관계형 금융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점이 문을 닫을 경우 이용하던 고객의 불편이 매우 커질 수 있다. 오랜 거래관계와 현장탐방 등을 통해 얻은 비재무적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이 이뤄짐에 따라 관련 임직원이 구조조정될 경우 고객과 조합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2금융권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운 이유로는 정치적인 요인도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호금융권은 합병시 양 법인 중 어느 쪽을 살려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조합장, 전무 등 직급이 높은 인사들 간 정치적인 대결 상태가 형성되면서 상당히 시끄럽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2금융권은 구조조정을 통한 덩치 키우기는 지양해야 한다”며 “저축은행이 합병을 통해 대형화해 은행과 경쟁했으나 실패로 끝난 것은 이런 교훈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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