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음악팬들은 별로 달갑지 않다. 양적 확장이 곧 질적 확장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라인업 분산은 음악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록 페스티벌 관객 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내한 라인업은 일본의 2대 록 페스티벌인 7월의 후지록페스티벌과 8월의 섬머소닉에 의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서구 아티스트들에게 ‘일본에 갈 때 들르는 나라’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으로 무장한 신생 페스티벌조차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하고 소위 ‘팔릴 만한 밴드’를 끌어오는 데 급급했다.
라인업 분산은 결국 관객 분산을 가져왔다. 페스티벌 티켓을 직접 구입하는 적극적인 관객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초대권은 암암리에 남발됐다. 흥행을 판가름하는 관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공연계도 울상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페스티벌에 뛰어드는 통에 해외 아티스트들의 몸값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페스티벌 난립에 출연료 적정가가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인구 1억3000만 명인 일본에 굵직한 록 페스티벌이 2개인 것에 비해 인구 5000만의 우리는 무려 5개의 록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레드오션, 말 그대로 피를 흘리며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의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영화제들은 부실한 운영 상태를 지적받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행여나 록 페스티벌도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