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런 불황 처음…70% 세일도 안팔려”

입력 2013-08-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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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1번가’ 명동·강남 돌아보니

“명동에서만 14년을 옷 장사 했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가게 문을 닫으려 70% 세일을 하지만 이마저도 정리가 안 돼 답답하기만 합니다.”

‘점포정리’라는 현수막을 내건 최모(43)씨는 이번 여름을 끝으로 가게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국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누적되는 적자에 폐업하는 상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일 명동과 강남역, 성신여대 앞 소위 명당자리 점포들조차 너나할 것 업이 대부분 세일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상인들은 최대 80%까지 세일하면서 폐업위기를 넘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피서를 맞았지만 이들 지역의 옷가게에는 예전의 북적이던 손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줄지은 화장품, 액세서리, 구두, 제과, 식당들 모두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12시 명동 중심거리. 일본, 중국 관광객은 물론 국내 손님조차 상인들과 흥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특히 서울시에서 지난 1일부터 실시 중인 ‘2013 서울 핫섬머 세일’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명동 거리는 행사가 무색할 정도로 한가로웠다.

점심시간인데도 명동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도 손님이 끊긴 건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빕밥, 불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은 평소 대기순번표를 돌렸지만 이날 가게 안은 텅빈 채 한국인 세 팀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인근 화장품 가게의 경우 5명의 점원들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원 플러스 원 50% 세일을 내걸었지만 장사가 안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점원은 귀띔했다.

이 곳에서 일한지 3년이 된 양모(26)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내·외국인 손님이 뚝 끊어졌다. 작년에는 오전 10시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로 북적였다”며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 명동에서 관광객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강남역 주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만나는 강남역 지하상가에는 중소상인들의 점포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지어 있다. 이 곳 점포들도 5000원, 1만원에 가격을 맞춘 듯 세일문구를 내걸었다. 점포정리를 한다며 최대 80% 파격세일을 하는 곳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흥정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판매는 뜸했다.

한 상점 주인은 “싸게 팔아야 손님들이 찾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저렴한 가격에 장사를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점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옷을 팔고 있는 김모(40)씨는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에 판매대에 내놓은 물건은 비닐로 덮어놨다. 그는 “가뜩이나 요즘 장사가 안 되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며 속상해 했다.

빵집 사장 박모(58)씨는 “매출이 형편없다”며 “단밭빵 가격이 500원인데 밀가루랑 설탕 등 물가가 많이 올라서 가격을 올리고 싶지만 손님이 끊길까봐 그러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체감경기가 낮은 것을 반영하듯 중구와 강남구에서 문을 닫는 소상공인 가게가 대체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폐업사업체수가 많은 자치구는 △중구(1916개) △강서구(1127개) △강남구(1103개) △송파구(1095개) △노원구(975개)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자영업·중소상공인들을 위해 경영컨설팅 위주의 종합 지원 대책을 마련했지만 폐점위기에 놓인 중소상인들을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경기악화 등으로 폐점한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책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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