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3일(현지시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의외의 결정’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1987년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또 WSJ는 지난 6월 ITC가 수입금지 결정은 미국 반독점당국의 우려와 산업계의 강력한 로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WSJ는 이번 거부권 행사로 인해 오는 9일 삼성의 애플 제품 특허침해건에 대한 ITC의 판정이 또 연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역임했던 존 레이보비츠는 “이번 거부권 결정은 소비자에 혜택을 주고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며 “표준필수 특허를 가진 회사가 미국에서 좀 더 좋은 조건에 협상하고자 다른 회사 제품을 수입금지 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펌 미첼실버버그앤드크눕의 수전 콘 로스 파트너는 “오바마 정부가 이 건에 개입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ITC의 검토는 오바마 정부가 제기했던 정책적 고려에 대한 문제보다는 실제로 특허를 침해했는 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어느 쪽이 됐든 삼성과 애플의 협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ITC 결정은 일반적으로 연방법원 판례로 거의 쓰여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과 애플의 격렬한 특허전쟁에 정치적인 트위스트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FT는 워싱턴이 애플을 위해 개입하면서 애플은 자신의 안방에서 삼성에 의미있는 두 번째 승리를 거두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특허전쟁 본안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애플에 유리한 평결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의 이례적인 거부권 행사가 있었다고 FT는 설명했다.
또 FT는 애플 제품이 수입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부 상원의원들이 서신을 보내 우려를 표시할 정도로 이 건은 정치적 관심사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특허전문가들은 무역정책의 초석인 지적재산권을 존중해왔으나 이번에 ITC에서 지지했던 특허권리를 뒤집고 개입한 데 따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고려로 인해 개인이나 기업의 특허권을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