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전작권 전환 재연기, 검토할 만하다

입력 2013-07-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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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남(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정치학)

정부가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의 재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제안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등 군사적 위협이 심화된 상황과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등 전력증강이 전작권 전환 이전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은 전시작전권 이양이 계획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며 정부에 대 국민 사과까지 요구했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의 작전을 총괄 지휘ㆍ통제하는 권한, 즉 전작권을 우리 군으로 전환하는 시기는 2010년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이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늦추기로 결정했다.

2010년에 있었던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도 우리 군이 한반도 안보를 명실상부하게 책임질 수 있는 군사태세와 연합방위체제 전환을 위한 기반의 미비,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등 비대칭적 군비증강,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가와 한반도 안보상황의 불확실성,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지역 주요 국가들의 지도부 교체 등이 진지하게 고려된 끝에 나온 것이다.

되돌아볼 때 2007년 2월의 전작권 전환 합의는 참여정부가 전작권을 나라의 주권문제 및 자존심과 결부시켰던 안보 포플리즘의 결과였다. 돌다리도 두드려가야 하며,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치밀함을 요구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인데 어찌 이런 실질 없는 수사(修辭)적 자주와 자존심으로 국가안보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국가안보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손안에 쥐고 있는 능력을 토대로 한 확실성을 필요로 한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부대, 세계 4위의 생화학무기, 수도권을 일시에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장사포 1400기, 방사포 5100문,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 200대를 포함한 400대의 각종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호전적 집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고지도자라는 사람은 “남조선을 핵으로 찜질하겠다, 벌초를 하겠다” 는 등 조폭 두목을 연상케하는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 민주당과 친북·종북세력은 전작권 전환 연기를 군사주권의 포기로 몰아붙이며, 전작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면 빅딜설을 제기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미국, 영국, 호주, 그리고 중립국 스웨덴까지 참여한 공동조사단의 과학적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고 유엔안보리에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서한을 보내 이적행위를 하는 조직이 시민단체의 허울을 쓰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니 전작권을 둘러싼 의혹 제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전작권은 자주국가로서 우리나라가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때와 준비상태이다. 미국도 우리가 허용하지 않는 전작권을 계속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우리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를 온전하게 보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 지금 이 지구상에서 미국만큼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싶다. 이 땅에 수만 명 젊은이의 목숨을 바치며 오랫동안 신뢰가 검증된 혈맹이 아닌가.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는 전작권전환 재연기 제안과 관련된 소모적 논쟁과 오해와 악의적 선전·선동을 차단하기 위해 그러한 제안을 하게 된 이유를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대국민 소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의 문제가 바로 소통 미숙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더욱 그렇다. 반(反) 대한민국 세력이 선량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없도록 전작권 전환 재연기 제안과 관련된 객관적 안보상황과 애국적 소신을 미리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보고하길 바란다. 어떤 좋은 구상과 정책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지지 없이는 실질적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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