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늑대와 함께 골프를

입력 2013-07-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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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늑대는 먼 옛날부터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인간이 번성하기 전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이었던 늑대는 인간이 늘어나면서 인간과 늑대의 충돌의 역사는 시작된다.

중세 이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공존이 가능했다. 인간은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들을 공격했지만 철저한 팀워크, 날카로운 관찰력, 무리에 대한 충성심,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그리고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인내심 등 늑대무리가 지닌 덕목 때문에 한편으론 늑대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불행하게도 이 같은 늑대의 덕목이 늑대 무리의 살육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중세 유럽의 지배자들이 뛰어난 전사의 품격을 지닌 늑대와 자신을 동일시, 늑대와 개의 교배를 통해 늑대개를 만들어내 궁정에서 키웠다. 이 과정에서 사나운 잡종이 탄생, 우리를 탈출해 가축과 사람을 공격했고 사람들은 이를 야생늑대의 소행으로 받아들이면서 늑대 살육이 본격화됐다.

늑대의 사회구조는 인간의 그것과 흡사하다. 늑대 연구가들은 늑대 무리가 지닌 덕목에 감탄해 늑대를 인간이 본받아야 할 ‘아름답고 신비한 생명체’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늑대 무리는 자연계에서 가장 유능한 사냥조직이기는 하지만 그 실패율은 90%에 달한다. 늑대들은 배고픔 때문에 미친 듯이 살상을 하고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늑대들은 바로 눈앞에 놓인 과제에 최선을 다하며 거듭되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며 사냥기술을 계속 연마해간다.

인간들의 실패 개념은 늑대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늑대에게 있어 실패한 사냥은 단지 기술을 재정비하고 전의를 가다듬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다. 인간들이 실패라 부르며 부끄러워하는 것을 늑대들은 지혜로 변화시킨다.

끊임없이 실수가 되풀이되고 실수 때문에 분노와 실의에 빠지기 쉬운 골프야말로 늑대의 지혜가 필요한 게임이다. 수없이 겪는 실수에 좌절하지 않고 보다 나은 기량 연마를 위한 교훈이자 자료로 받아들인다면 골프가 그렇게 고약한 게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냥과정에서 나타나는 늑대의 인내심은 경탄을 넘어선다. 늑대들은 하루 종일 먹이 대상을 추적하지만 따분해하거나 지치지 않는다. 적당히 쫓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고 뒤쫓는 짐승의 구성원 하나하나에 대한 건강상태, 심리상태 등을 철저히 분석, 그중에 가장 약하거나 상처 입었거나 어린 동물만을 선택해 공격한다. 결코 다루기 힘든 대상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먹잇감의 사소한 특징과 습관까지 낱낱이 관찰하고 숙지한다. 약간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이는 짐승은 쉽사리 늑대의 표적이 된다. 굶주림 때문에 경솔하게 행동할 충동이 생기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지혜가 이들에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인내심을 심어준 것이다.

이 인내심이야말로 골퍼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라운드를 하다보면 항상 상대방을 이기겠다는, 적어도 지지는 않겠다는 투지와 오기로 공격적이 되기 쉽다. 골프란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알고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게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은 공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경솔하게 칼을 빼들었다가 그 칼로 자신을 찌르는 과오를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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