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한·중 FTA 바라보기-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13-07-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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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이 조약의 실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반대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한·미 FTA에 대한 격렬했던 반대는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가 두터워지는 것에 대한 반대의 성격이 더 강했었다. 한·EU FTA, 한·인도 동반자 협정 등에 대해 반대가 거의 없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미 주의자들의 상당수가 중국에는 우호적인 만큼 한·중 FTA는 쉽게 통과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협정의 파급효과는 한·미 FTA를 비롯한 어떤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보다도 클 것이다. 사실 미국과의 FTA로 인해 달라질 것은 그리 많지도, 크지도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의 FTA는 다르다. 미국과의 협상이라면 감히 건드릴 수도 없는 분야들이 개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업과 의료이다.

중국이 농업 개방을 요구하면 한국이 무슨 명분으로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한국 농민이 어렵다 하지만 중국 농민은 한국 농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욱 가난하다.

또 의료 같은 서비스 업종도 그렇다. 우리가 영리병원이라고 부르면서 금기시하고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이 중국에서는 이미 허용되어 있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원과 병원들도 중국에 진출해서 투자개방형 병원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의 의료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한다면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중국과의 FTA는 미국과의 FTA보다 실질적으로 개방의 폭도 넓고 효과도 크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들이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맥없이 빗장을 풀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개방이 됨으로 인해 우리에게 좋은 효과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부터 생각해 보자. 우리 농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올 값싼 농산물들이다. 개방이 되면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식량 수입국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세계 콩 수출량의 절반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중국 정부가 곡물 수출을 하지 말라고 수출관세를 부과하겠는가. 게다가 중국 사람들의 소득이 늘면서 식량수입은 급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는 사실은 중국과의 상호 농업시장 개방이 한국 농민에게 엄청난 기회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의 중상류층 시민들에게 청결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의 농민들이다. 서로 시장을 열면 값싼 농산물은 한국으로 수입되겠지만 중국의 중상류층이 원하는 고급 농산물은 한국 농민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한·중 FTA로 열릴 중국 식품시장은 한국 농업이 낙후를 벗어나 현대적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물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지만.

의료도 그렇다. 중국의 요구로 의료시장이 개방되고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당장은 중국의 영리병원들이 한국으로 진출할 것이다. 하지만 농업이 그렇듯이 적극적인 의사와 병원들이라면 걱정할 일이 없다. 한국 의사들의 뛰어난 의술이 자본 및 전문 마케팅과 결합하여 멋진 의료 상품을 창조해낼 것이다. 수가가 규제된 상황에서도 투자를 통해 진료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 그중에서도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형 영리병원들은 저소득층용이고 소형 부티크형 병원들은 부자병원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대형병원일수록 수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FTA는 미국, EU 등 다른 어떤 나라와의 FTA보다 한국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영향의 대부분은 긍정적일 것이다. 그리고 다가올 개방의 물결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은 더욱 좋은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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