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06-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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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불교에도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법어가 있다.

이 모두가 상대방을 배려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강조한 말들이다. 이는 인간관계 등 우리의 생활 속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격언이지만, 요즘 자주 쓰이는 단어로 고쳐보면 ‘동반성장’ 쯤 되지 않을까 싶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하는 새로운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비전 아래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많은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고 잊혀지기 쉬운데, 동반성장은 오랜기간 동안 경제분야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동반성장이 우리 경제가 균형있게 성장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동반성장 성공의 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여부다. 그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여러 제도가 도입됐고, 많은 성과도 있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82개 품목 선정,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부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대기업은 동반성장협력 전담조직 신설, 전경련에 중소협력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오랜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듯이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의 애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동반성장이 현장에서 확고히 뿌리 내리고 진정한 동반성장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업의 경영과 경쟁환경이 급속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의 경영환경은 글로벌화, 산업 융복합,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으로 전문화에서 융합화로, 이익 극대화에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 창출로 바뀌고 있다. 또한 수직적 관계를 통해 내부에서 자체 관리하던 공급사슬(Supply Chain)도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며 개방화되고 있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함께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한정된 성과를 공유하는 배분의 관점에서 벗어나 성과를 키워 서로의 몫을 늘려나가는 성장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동반성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경제의 핵심 과제인 신성장 동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사람관계를 우선하고 존중하는 인적동반성장이 필요하다. 그간 다양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제도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당위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동반성장의 확산과 정착을 위해서는 그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같은 배를 타고 험한 태풍 속을 함께 항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동반성장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나온 다양한 대책들을 꾸준히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존 정책이 적정하게 작동하는 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여 정책과 제도를보완함으로써 그 실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베푸는 혜택이나 나눔,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도로 인식하면 일회성, 일과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동반성장은 기업의 생존과 맞물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협력기업에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이룬 미국의 컴퓨터 제조기업 델(Dell)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과도한 납품 단가인하 요구가 협력사의 품질 문제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리콜사태를 맞이한 도요타는 우리에게 더 큰 교훈을 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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