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현행법으론 외국계 자금 추적 못해

입력 2013-06-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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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쏠림현상 이용해… 주가 상승·하락방어 수단으로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한 내국인을 일컫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증시작전은 가장 악질적인 금융 범죄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의 재미교포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최.

“대한민국 백성들이 뭐에 제일 정신 못 차리는 줄 알아? 외제야, 외제. 주식정보에도 이 외제가 있다 이 말이야. …(중략)… 브라이언이 굴리는 펀드는 미국 투자증권, 그러니까 미제. 걔가 주식을 사면 주식시장에서는 아메리칸이 사는 걸로 보인다 이거지. 개미들은 외국인이 샀다고 하면 좋다고 따라붙거든. 이걸 두고 검은머리 외국인이라고 하는 거야.”

- 영화 ‘작전’中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의 한국인 차명계좌가 공개되면서 ‘검은머리 외국인’이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검찰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검은머리 외국인’이라고 판단해 차명계좌를 추적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외국계 금융회사를 거친 한국인 자금을 말한다. 한국인이 외국으로 빼돌린 자금을 외국 금융회사를 통해 국내에 다시 투자하면 ‘외국인 투자자’로 구분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 자금 유입은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들 자금은 주가 상승이나 하락 방어에 이용되기도 한다.

영화 ‘작전’에는 외국계 펀드를 운영하는 브라이언 최가 작전 종목을 사들여 주가를 띄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같은 일은 현실에서도 곧잘 일어난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그룹은 지난 2000년 버진아일랜드에 펀드를 설립해 마치 외국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 일부 자금을 빼돌린 것이 드라나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반대로 굴지의 중공업 그룹 3세는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홍콩계 펀드를 가장한 검은머리 외국인을 이용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한 변호사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국내 투자자들도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자금은 출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주가조작에 이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자금 추적이 어렵다는 점은 ‘검은머리 외국인’이 기승을 부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 관계자는 “국내 자금은 금융실명법에 따라 은행이나 증권에 자료를 요구해 자금을 추적할 수 있지만 해외계좌의 경우 상대국에 자료를 요청할 방법이 없어 자금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세 등을 통해 만들어진 자금을 운용할 경우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가장하면 실명 대신 외국계 법인 이름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자금 추적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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