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구매기업)의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협력업체(판매기업)도 동반 줄도산 우려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은 1·2·3차로 이어지는 협력업체 연쇄부도 고리를 끊기 위해 130일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유예라는 처방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20일부터 쌍용건설과 STX조선해양처럼 구조조정에 돌입한 대기업 협력업체의 외담대 상환을 유예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쌍용건설과 지난달 초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돌입한 STX조선해양의 협력사 754곳이 당장의 자금경색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쌍용건설은 606개 협력업체가 1130억원, STX조선해양은 148개 협력업체가 918억원의 외담대를 각각 안고 있다.
외담대는 대기업이 물품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제도다. 예컨대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협력업체는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다. 이럴 경우 협력업체는 외담대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어지고 최악의 경우 도산에까지 이르게 된다. 1차 협력업체의 부도는 2·3차 협력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업계 전반의 부실을 초래한다.
금감원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동안 협력업체에도 동일하게 상환유예 기간을 제공, ‘대기업 경영정상화→물품대금 지급→협력업체 외담대 상환’ 등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 협력업체의 도미노 부실화를 차단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대기업은 채무상환이 일정 기간 유예되는 반면 협력업체는 외상매출채권 만기일에 무조건 대출금을 상환해야 했다. 대기업은 만기일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연체 처리돼 신용상의 불이익만 있을 뿐 정상적 영업활동(워크아웃·법정관리)이 가능하지만, 협력업체는 대출금 미상환 시 금융거래가 정지되는 등 기업활동이 불가능하다.
외담대 유예대상은 △금융기관 신용공여 합계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금융기관 신용공여 합계액이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 △채권단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 기업과 거래한 협력업체다. 협력업체는 거래은행과의 외담대 건별 추가 약정을 통해 기한을 연장하고 원 약정조건에 따라 기한연장 기간의 이자를 선납한다.
하지만 구매기업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부결되거나 구조조정 추진이 중단되는 경우 협력업체는 외담대를 상환해야 한다.
올 2월 말 기준 외상매출채권 발행액은 125조2000억원이며 이를 담보로 47만4000여개 기업이 15조원 가량을 대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