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시차를 둔 부녀대통령의 미국방문 '격세지감'

입력 2013-05-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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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대통령, 차관 요청 거절당해…박 대통령, 사절단 대동 경제외교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같은 대통령 자격이지만 반세기의 시차를 둔 부녀의 방미길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취임 후 첫 방미길에 올랐다. 시계추를 52년전으로 돌려보면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때가 오버랩된다. 박 전 대통령은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5·16 군사 쿠데타에 성공한 지 1년 뒤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경제개발을 위한 차관과 경제원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1917년생 동갑내기 JFK는 매몰차게 거절했고, 돈을 빌리기 위해 독일로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게다가 민선 대통령이 아닌 그는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케네디 대통령에게 환대조차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케네디와 마주 앉아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를 피우던 박 전 대통령의 당당한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후, 딸인 박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오는 7일(현지시간) ‘블랙 케네디’라 불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다.

현격히 달라진 한국의 위상 때문일까. 딸인 박 대통령의 첫 방미는 당시 아버지가 겪었던 설움을 단번에 씻어낼 정도로 규모와 성격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아버지는 국빈 자격이었지만 딸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국가원수로서 당당히 미국 땅을 밟는다. 또 정통성이나 자질을 지적받지도 지원을 요청하는 입장이 아닌 포괄적 전략 동맹국의 최고지도자 자격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미국 정상을 마주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은 한·미 FTA 등 경제통상협력 증진 등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함으로써 동반자적 관계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미 수행길의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52년전 박 전 대통령에겐 전용기조차 없었다. 일본까지는 대한항공의 전신인 KNA 전세기를 이용했으며 일본에선 미국 노스웨스트 오리엔트 항공기를 타야 했다. 1965년 방미 시에는 존슨 미 대통령이 보내준 보잉 707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수행단 규모도 유양수 국가재건최고회의 외교국방위원장을 비롯해 15명에 불과했다.

반면 딸 박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미국 순방길에 오르는 것은 물론, 200명이 넘는 수행단과 함께 한다. 특히 삼성·현대차·LG 등 글로벌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52명의 경제사절단이 역대 사상 최대규모로 동행해 GM과 퀄컴, 보잉 등 미국 경제계 거물들과 만난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국빈방문이 아닌‘공식실무방문’임에도 미국 의회 초청을 받아 이례적으로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선다. 미국 기자협회, 외교협회, 아시아협회에서 연설했던 아버지와는 격이 다르다.

한국 출신 국제기구 수장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의 면담 등 아버지 때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정들은 달라진 국격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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