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에세이]나를 성숙하게 해준 ‘봉사’- 배경은 프로골퍼

입력 2013-04-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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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프로에 데뷔하고 한국무대에서 4년쯤 뛰었을까요? 누구의 강요도 아닌 제 의지에 의해 미국무대로 진출하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정말 자신감이 충만했습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선배들처럼 될 것 같은 부푼 기대감에 설레였죠.

하지만 미국무대는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습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는데, 우승이 잡히지 않았죠. 한국도 아니고 타국 생활이 많이 힘든 것도 사실이었어요.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늘 한국을 향해 있었습니다.

결국 미국 진출 6년 만에 국내 복귀를 결정했어요. 골프선수 배경은이 아닌 인간 배경은을 찾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후원사도 만났고, 가족들과 지내며 고국에서 뛰는 무대는 처음 프로로 데뷔했던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어요.

해를 거듭해서 일까요? 조금씩 성숙해지는 저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없던 여유가 생기며 주변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제 어머니는 과거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미자씨입니다. 어머니는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셨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항상 생각했어요. 고민 끝에 집 근처 용인 서북부 장애인 복지회관을 찾아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1년 내내 투어생활을 하는 골프선수들에게 어쩌면 자원봉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할 수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은 대회 출전 외에도 전지훈련, 체력훈련 등 모든 시간을 투자해도 모자라거든요.

하루는 봉사활동을 다녀오신 어머니를 보고는 큰 깨달음이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해 가르치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한 것이지요. 저도 5년 전부터 복지관을 찾아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립을 잡고, 공을 맞히며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골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승과는 또 다른 기쁨이었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봉사활동을 자주 나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큼은 프로골퍼라는 갑옷을 벗고 사람 냄새 나는 배경은으로 돌아갈 수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준 아이들에게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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