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먼저 벤처기업의 핵심인 아이디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와 같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벤처기업이 살아남을 수도 없고 따라서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아이엠컴퍼니 대표 정인모(22·KAIST 산업디자인과 4학년)씨는 정부기관에 아이디어를 뺏긴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학부모들이 휴대전화로 가정통신문과 알림장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서울과 경남 교육청에서 시연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정씨는 “시연을 한 뒤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얼마 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외주제작으로 똑같은 앱을 만들어 모든 학교에서 쓰도록 강제했다”며 “아이디어 있으면 정부가 외주제작을 해서 보급하고 ‘사기업 것 쓰지 말라’고 해버린다”고 말했다.
KAIST 창업동아리 ‘촉’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여수아(22·물리학과 4학년)씨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강탈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여씨는 “미국에서처럼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특정 인력이나 아이디어를 빼 오는 것보다 통째로 사는 것이 이득이 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대표들은 인재확보의 어려움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맥 이중환(57) 대표는 “우수한 인재가 와 줘야 일을 할 수 있는데 인재들의 시각이 대기업 위주로 가고 있다”며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점점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건 벤처기업이 처해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갑을관계’에 대한 원성도 나왔다. DNF의 김명운(47) 대표는 “창업 초기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며 “부품·소재를 판매하는 벤처기업은 영업이익률이 30%는 나와야 연구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납품받는 대기업에서는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단가를 깎아버린다”고 호소했다.
현 부총리는 ‘창조경제’를 체험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 사실상 오후 일정을 모두 할애했다. 현 부총리는 기업인들의 고충을 청취한 뒤 “벤처기업은 창조경제의 하나의 핵심”이라며 “벤처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드리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