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혼 없는 추경 논리 -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4-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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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아냥이다. 애초에 공무원이 자기변론을 위해 사용하면서 등장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무소신 공무원을 비꼬는 도구가 되면서 널리 회자되는 관용적 표현이다. 개인적으로는 민간기업보다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의 ‘영혼’을 신뢰한다. 하지만 최근 추경예산 논의 과정처럼 책임자가 자기부정의 모순에 빠질 때는 혼란을 느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3월 31일) 방송에서 정부가 불과 3개월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3%로 대폭 하향한 데 대해 “지난 정부에서 상황을 잘 파악해서 경제를 전망했더라면…”이라며 전임자를 탓했다. 그런데 정작 3.0%의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그가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이었다. 정부의 전망치도 KDI의 분석을 참고한 결과다.

그나마 현 부총리는 신임 장관으로서 전임자 탓이라도 할 수 있지만, 관련 실무부서는 같은 기관, 같은 조직의 같은 책임자가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의 말을 뒤집은 꼴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해당 실무 책임자인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똑같은 문제를 두고도 시각이 같은 사람이 보면 같겠지만 다르게 생각을 갖고 보면 심각도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부담이 큰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위기론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에 따라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관료에게서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진정성 없이는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위기론을 통해 만들어낸 당위성뿐이라면 논리적으로 ‘경제적 관점에서의 계엄령’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당국은 애초에 퇴출을 면하기 위한 논리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변명했던 국정홍보처가 폐지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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