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상근감사 독립성 훼손하는 상법

입력 2013-03-26 11:0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삼양홀딩스는 지난 22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알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기자는 주식 1주를 산 후 주주로서 주총장을 찾았다. 여느 주총장과 마찬가지로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던 중 기자는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을 발견했다. 바로 특수관계인을 상근감사에 선임한다는 내용이다.

상법에 보면 상근감사는 독립적인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감사가 독립적인 활동을 못하면 회사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0년이 다 된 회사가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법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총에서는 아무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상근감사 임명과 관련 상법에 어떤 허점이 있을까.

상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상장사의 상근감사 조항의 최대 취지는 독립성이다. 상법의 상장사 특례에 명시된 상근감사 조건을 보면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과 피용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회사의 상무에 종사한 이사·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자격이 없다. 또 계열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ㆍ집행임원과 피용자도 상근감사가 될 수 없다.

상법 때문에 웃지 못할 편법적인 상근감사 선임이 일어나고 있다. 상법은 기업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임원을 일반 계열사의 상근감사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법의 애매한 조항 때문이다. 상법은 재단을 계열사로 보지 않는다. 비영리 법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룹의 실질적인 임원이지만 재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면 일반 계열사의 상근감사로 선임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비영리 재단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라면 법망을 피해가면서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수관계인을 상근감사로 쉽게 둘 수 있는 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총수 또는 총수가 지배하는 비영리법인·단체, 계열회사의 사용인을 특수관계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실제 삼양홀딩스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상근감사를 신규로 선임했다. 신규 상근감사 후보는 기업이 설립한 재단의 사무국장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상근감사 선임안이 통과되면서 상근감사와 재단의 사무국장직을 겸임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선임된 상근감사의 독립성에 대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단 사무국장은 분명 기업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장사협의회 등은 상법에 비영리 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관계인을 상근감사에 선임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독립성을 훼손하는 선임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기업들이 상법상 상근감사 제도의 취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불법이 아니면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근감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독립성이 크게 흔들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술 게임이 빌보드 입성예고…로제 ‘아파트’ 속 한국 술 문화 [해시태그]
  • 금값은 '최고치' 찍고, 비트코인은 '장밋빛 전망'…어디에 투자할까요? [이슈크래커]
  •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분절화’ 심화에 다각화 절실 [기후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 MZ가 칼퇴한다고요?…"부장님이 더 일찍 퇴근" [데이터클립]
  • 의료계 참여가 성공 관건인데…의무 불이행해도 패널티 없어[편해지는 실손청구]
  • 또다시 밀린 한국시리즈…23일 오후 4시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재개
  • AI 지각생 카카오의 반격 …제2의 카톡 ‘카나나’로 승부수
  • ‘수익 업고 튀어’…늘어나는 상장사 공개매수, 묘수와 꼼수 사이[공개매수의 이면①]
  • 오늘의 상승종목

  • 10.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462,000
    • -1.41%
    • 이더리움
    • 3,634,000
    • -2.5%
    • 비트코인 캐시
    • 496,500
    • -3.03%
    • 리플
    • 749
    • -0.4%
    • 솔라나
    • 229,200
    • -0.95%
    • 에이다
    • 500
    • -0.6%
    • 이오스
    • 673
    • -1.75%
    • 트론
    • 219
    • +1.86%
    • 스텔라루멘
    • 132
    • -0.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67,150
    • -3.24%
    • 체인링크
    • 16,720
    • +2.26%
    • 샌드박스
    • 378
    • -4.0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