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침체되고 국내 경제가 저성장세로 진입함에 따라 미·유럽계 금융자본이 떠나고 있다. 반면 일본계 자본의 국내 진출은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아비바그룹은 우리아비바생명 지분을 우리금융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도 보유중인 KB금융지주 주식을 전량 매각하키로 지난달 결정했다. 지난해 말 무산된 21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매각 작업도 조만간 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지난해 11월 한국 법인을 철수했다.
반면 일본계 자본은 국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저축은행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조만간 194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주식 전부를 일본의 투자금융회사인 SBI가 사들일 예정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일본의 카드·대부업체인 제이트러스트도 지난해 퇴출당한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나빠지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미국과 유럽계 금융자본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이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선진 자본 유출은 우리나라 시장이 좋지 않다는 신호가 되는 것은 물론 외국계 선진금융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유럽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일본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엔화 약세로 일본계 자금이 국내에 투자를 늘리면 환차익을 볼 수 있는 것도 주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