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서 촬영 중인 한 드라마 제작현장을 취재하고 배우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방송 당시 많은 감동과 높은 시청률, 숱한 화제를 낳았던 SBS 드라마 ‘피아노’다.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알고 있던 조재현 조민수 김하늘 고수가 인사를 한다. 연기자 중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조인성이다. 2000년 ‘학교3’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후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눈길을 끄는 신인 연기자를 ‘피아노’촬영장에서 만난 것이다.
“느낌이 아주 좋은 배우다”라는 ‘피아노’ 오종록PD의 찬사가 있었지만 인터뷰는 주연인 고수 김하늘 조재현, 조민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를 일찍 마치고 신인 연기자 조인성에게 말을 건넸다. 보자마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조인성에게 “인터뷰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조인성은 “전 신인인데요”라고 응수를 했다. 오종록PD의 강력 추천으로 인터뷰에 응한 조인성은 말이 없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말이 많은 스타가 있는가 하면 논리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 감성적인 대답을 하는 연예인 등 천차만별이다. 스타나 연예인의 인터뷰 스타일은 천양지차다. 인터뷰가 가장 곤란한 연예인은 두부류다. 먼저 각종 질문에 답변대신“알아서 잘 써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하고 하고 웃음으로 때우는 부류의 연예인이 첫 번째다. 그리고 소지섭 원빈 송일국같이 말이 별로 없는 연예인도 참 인터뷰하기 힘들다.
조인성은 인터뷰 때 말수가 매우 적은 연예인에 속하는 편이다. 톱스타가 된 요즘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2001년 신인 때의 조인성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말을 몇 마디 나눠보고 말이 없는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조인성에게 긴 문장의 답을 기대하기가 어렵겠다는 판단 하에 한두 단어로 답변하거나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요”라는 질문대신 “연기가 재미있나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단답식을 요구하는 질문 100여개를 던진 뒤 조인성과 첫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 대상의 답변 스타일까지 파악해야 인터뷰 진행이 원활하다.15년 넘게 스타나 연예인을 인터뷰 현장에서 확인한 평범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