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지존’ 신지애(25ㆍ미래에셋)와 ‘아마지존’ 리디아 고(16ㆍ고보경)의 대결로 압축됐던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는 청야니(24ㆍ대만)의 ‘폭풍샷’으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 일어날 뻔했다.
청야니는 첫 홀(파5) 보기에도 불구하고 7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전성기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폭발적 비거리는 물론 감각적인 숏게임은 그야말로 위협적이었다.
청야니는 결국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6타로 신지애에 두 타 뒤진 단독 2위에 올랐다. 신지애와 공동 선두를 달리던 리디아 고보다 두 타를 적게 쳤다. 4라운드 출발 전 두 선수는 8타 차. 이변이 없는 한 역전은 어려워보였다.
청야니는 지난해 ‘혼다 LPGA 타일랜드’ 등 시즌 초반 세 번이나 우승했지만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슬럼프 극복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아예 한 달이 넘도록 채를 잡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러나 달아난 컨디션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청야니는 상금왕은 물론 최저타수(이상 박인비), 올해의 선수(스테이시 루이스) 등 단 하나의 타이틀도 거머쥐지 못했다.
슬럼프는 신지애에게 먼저 찾아왔다. 신지애는 지난 2010년 두 번의 우승을 포함해 14번이나 ‘톱10’에 진입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단 한 번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다. 슬럼프에 각종 부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다투던 두 선수는 이처럼 동반 부진을 면치 못했고, LPGA 무대는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신지애는 지난해 킹스밀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슬럼프 탈출을 예고했지만, 청야니는 여전히 부진의 늪이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즌 개막전에서 신지애는 우승했고, 청야니는 준우승했다. 그것도 전성기 때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들은 LPGA 무대의 혼전양상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전 세계 골프팬들은 돌아온 두 ‘골프지존’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양강구도’를 예고하고 있는 올 시즌 LPGA투어에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