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선 패배 한달, 시험대에 선 민주당

입력 2013-01-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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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대선 패배의 한 달이 되는 18일,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지도부는 국민들이 주목하지도 않는 ‘사죄 행보’를 벌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지도부가 일정을 마치기도 전에 “차라리 어디 공사현장 가서 일하는 게 낫다”고 공개 망신을 주며 적전분열하고 있다. 이날 비대위는 출범 엿새 만에 대선평가위와 정치혁신위원장을 인선하며 늑장 가동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계파 간 대선 패배의 책임 공방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정체성 논란이 불붙으면서 좌향좌냐 우향우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더니 이제는 모바일투표의 존폐를 두고 계파 간 충돌을 빚고 있다. 이 모든 배경엔 차기 전당대회를 자파에 유리하게 하려는 셈법이 깔려있다. 대선 패배 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의 핵심참모는 종종 사석에서 “전라도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던 민주당이 텃밭 ‘광주’(15일)에서 “채찍을 맞으려면 야무지게 맞아라. 호남 사람들 그만 좀 이용해 먹어라”는 쓴소리를 들었고,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경남’(16일)에선 “민주당이 뭘 잘못한 줄 알고나 그러냐”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대선 패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또 다시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로 갈려 해묵은 계파갈등을 벌이는 모습이 국민 눈에 곱게 비칠 리 없었을 것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여러 계파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감정적으로 좋지 않아서 한 당으로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당분간 지켜봐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의 간판을 내리든지 외부세력에 의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섞인 발언이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의총에서 솔개가 자신의 부리를 부러뜨리고 깃털과 발톱을 뽑아 생명을 연장한다는 우화를 언급하며 “지금은 민주당이 죽어야 할 때다. 죽기를 각오해 100년, 200년 가는 당을 건설해보자”고 했다.

존폐 기로에 선 당을 떠맡은 문 위원장은 현충원 방명록에 시종일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적었다. 부러진 부리로는 모이(국민의 지지)를 줘도 제대로 받아먹을 수가 없다. 지금 민주당은 죽는 시늉을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야 살 수 있을 지 고민할 때다.

(정치경제부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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