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암 투병 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취임식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9일(현지시간) 차베스 대통령의 취임식 연기는 합헌이라고 판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루이사 에스트레야 모랄레스 대법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수상황을 고려하는 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10일 국회의원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지 못한다면 이후 어느 때라도 대법원 앞에서 선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7명의 대법원 법관이 만장일치로 이같이 판결했다”고 덧붙였다.
모랄레스 대법원장은 또 “차베스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의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위원회 소집에 나서야 할 대법원이 사실상 차베스의 건강 악화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 헌법 233조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회 동의하에 의료위원회를 지명해 대통령의 육체·정신적 불능 여부를 평가하며 영구적으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이 박탈된다.
이번 대법원의 취임식 연기 합헌 판결에 대해 야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야권 통합후보로 나섰다 패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지난 8일 “정부가 차베스 대통령 개인 건강상의 문제로 취임식을 연기하는 것은 헌법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에 차베스 대통령 취임식 연기가 합법적인지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했었다. 그러면서 취임선서를 못하면 카베요 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30일 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