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선현 증권부 기자-정치권 이해득실에 멀어지는 대형IB 꿈

입력 2012-11-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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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결국 무산됐다. 대형 증권사에게만 신규 IB 업무를 지원한다는 것은 경제 민주화에 어긋난다는 야권의 반발 때문이었다.

물론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처럼 세계 시장에서 톱티어(Top Tier, 선두업체)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상생을 통한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업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9위다. 반면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71위에 그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세계 무대에서 낙후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바로 탄생하고 금융시장 성숙도가 급격히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마련, 상품역량 강화, 수익구조 다변화 등 당국과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대형 IB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세계 무대에 한국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의지를 피력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것은 금융투자업계의 질적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증권사 수는 난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회사가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만 매달리다 보니 증시 상황에 울고 웃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는 2009년부터 건설, 저축은행 분야에서 부실 기업을 골라냈던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가 금융투자업계 M&A의 물꼬를 틔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선정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해 대형사들이 소형사를 흡수할 것이란 논리였다.

그러나 이번 무산으로 금융투자업계 ‘새판짜기도’도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중소형사들이 극한의 경영난에 내몰리지 않는 이상 1년 내 증권사 M&A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IB들은 새로운 금융시장 패러다임에 맞춰 신규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탄생해야 한다. 물론 그 시발점은 제도적 지원 방안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은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마련으로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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