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황세희 산업은행 프로젝트금융2부 행원 "자연으로의 시간여행"

입력 2012-10-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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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에 발령을 받고 온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업무와 짧게만 느껴지는 하루하루의 분위기 속에서 집에만 들어서면 요즘은 날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어느 날 동기들끼리 지나가는 말로 던진 캠핑 여행. 1박2일로 친구들과 태안 몽산포로 카라반(캠핑카) 여행 떠나기.

누가, 여행은 하는 것보다 준비하는 게 맛이라고 했던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리며 차 안에서 탁 트인 하늘과 나지막한 산과 논밭을 창 밖으로 바라보며 이유 없는 웃음소리와 주제 없는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태안군 경계를 넘을 즈음 점심시간이 되었고, 충남 태안서산일대 청정 바닷가가 게의 고향으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우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기의 어머니가 운영하고 계신 게장 전문 한식당인 ‘화해당’에 들렀다.

일전에 동기 집들이 선물로 보낸 게장을 맛본 적이 있던 터라 이미 우리 머리 속에는 한 상 가득히 차려있었다.

한 상 받아 먹고 나서 ‘우리는 이미 이번 여행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은행원스런 멘트를 하는 등 만족감이 한껏 고조됐다.

저녁이 다 돼서야 몽산포 앞바다에 위치한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해송 사이에 위치한 우리 카라반에 짐을 풀게 되었다. 바닷가 공기가 얼마나 신선한지 코와 폐를 통해 들어온 산소가 온 몸의 독소를 배출해 주는 듯 하다.

노을이 질때쯤 서둘러 몽산포 항구로 산책을 나갔다. 소나무로 장식된 무인도 옆으로 붉게 내려앉고 있는 태양, 한적한 모래사장에 가느다란 다리로 걷고 있는 몇 마리의 기러기들 그리고 부둣가에 매어있는 작은 고깃배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배우 심은하가 했던 것처럼 손 액자를 만들어 사이로 보니 수묵화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아직은 쌀쌀한 바다의 고요함과 한적함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항구 주변에 위치한 고깃배 번호와 선장님의 이름을 딴 수산물 가게 또한 이색적이었다.

다음날 아침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이었다. 몽산포 앞바다의 물 빠진 갯벌에는 모래사장이 물결무늬로 그림같이 굳어져 있었고 곳곳에 똟려 있는 게와 조개의 숨구멍조차 일정한 패턴이 있는 무늬로 느껴졌다. 모래 사이에 접시물처럼 얕게 차있는 바닷물에 손톱만큼 작은 조개가 살아보겠다고 껍질과 함께 몸을 뒤집는 것을 보면서 신비로웠다.

늘 업무가 바쁘다 또는 집안일이 많다는 핑계로 주말 여행이 쉽지 않았던 나에게 일장춘몽같이 태안 몽산포 카라반 여행이 추억으로 남는다.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된 느낌이고 어느새 딱딱했던 어깨도 풀린 것 같다.

캠핑. 자연으로의 시간여행.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새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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