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민수 "유럽에서 김기덕은 '영화의 신'이었다"

입력 2012-09-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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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노진환 기자
배우 조민수(47)에겐 ‘불과’란 단어가 참 의미 심장하게 들릴 법한 시점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저 일일 연속극에 출연하는 중견 여배우였다. 하지만 그도 20대 초반인 1990년대 초에는 여배우 인기의 척도인 책받침 스타의 한 축이었다. 웬만한 화장품 CF는 모두 섭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얼굴의 주름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다. 40대 후반의 여배우로만 불리게 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 세계가 그의 연기에 주목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의 여주인공이 바로 조민수였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주 앉은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세월의 여유가 묻은 웃음이었지만 아주 조금은 수상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베니스의 기억이 궁금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단다. 조민수는 “그게 꿈꾼다고 될 일도 아니고, 꿈꿔 본적도 없다. 그냥 이쪽 일을 하면서 어쩌다 내게 온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특별함은 있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또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며 그저 웃기만 했다.

▲사진 = 노진환 기자
한마디로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란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선수들이 우는 기분을 수상 당시 무대에 올라가서 느꼈다고 했다. 때문에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상은 모두 다 받은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물론 ‘여우주연상’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도 10% 정도는 남아 있단다. 그는 “나도 사람인데 어쩌겠나. 그 상(여우주연상)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규정(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베니스영화제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면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이 끝나는 데 옆에 있던 김기덕 감독이 ‘못 받아서 어떻게 하죠’라는 데 솔직히 얄밉기도 했다”며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조민수는 더 없이 벅찬 경험이었다고 한다. 당초 영화제의 짧은 일정상 폐막식 참석을 안하려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어떤 상이든 받을 것 같다는 나름의 ‘촉’이 발동해 동행한 소속사 식구들에게 일정을 늘려 베니스에 머물러 있었고 그렇게 폐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조민수는 “황금사자상보다도 더 박찬 감동이 대한민국이 베니스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는 사실이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며 황홀했던 경험을 상기했다. 시상식 첫 수상작으로 유민영 감독의 단편 ‘초대’가 ‘단편최우수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황금사자상에 ‘김기덕’이란 이름이 불렸을땐 온 몸이 마비가 되는 듯 했다고.

그는 “마지막 황금사자상 수상 발표 직전에는 나와 스태프 감독님 모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당시 감독님도 손을 덜덜 떨었다. 그런데 ‘김기덕’이란 이름이 불렸다. 정말 너무 기뻤다”며 다시 박수를 친다. 조민수는 “우린 그곳에서 ‘국가대표’였다”며 상기된 얼굴을 손으로 매만졌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이미 40만 명이 넘는 관객이 ‘피에타’를 봤다. 1억 5000만원의 초저예산 영화로는 기록적인 흥행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에 대한 얘기는 이미 수도 없이 했고, 팬들도 자신의 입에서 영화에 대한 얘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진짜 궁금한 것은 인간 김기덕에 대한 얘기다.

조민수는 “아직도 나 역시 그 분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한다. 함께 간 유럽에서의 김기덕은 영화의 신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자신의 이름값에 걸 맞는 위치를 스스로 찾아갔으면 한다”고 따끔한 지적도 했다. 최근까지 한국영화계를 향해 날선 언행을 서슴치 않던 김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는 김 감독을 두고 동물적이며 상당히 지능적인 감독이라고 말했다. 대단한 속도로 작업을 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 번은 촬영을 하는 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각 없이 찍는 것 같았단다. 그런 의문에 김 감독은 “괜찮다. 머릿속으로 편집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다독이더란다. 고집스러울 것 같단 선입견도 잘못됐다고 한다. 당초 시나리오는 정말 적나라할 정도의 야함이 있었다. 하지만 조민수와의 조율로 상당히 수정됐다.

조민수는 “타협과 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분이다. 자신이 하고픈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일부 관객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뿐이다. 겪어본 나로서는 상당히 열정적인 분이었다”고 말한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자본의 폭력, 모성의 복수, 인간성의 본질 등 김기덕의 영화는 다양한 화두를 담는다. ‘피에타’ 역시 쉽지 않은 내용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조민수가 말하는 ‘피에타’는 어떤 영화일까.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고맙고, 김 감독님도 고마움을 느꼈으면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영화를 본다면 수많은 느낌이 들것이다. 그 중에 난 고마움을 선택하겠다”며 따뜻한 미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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