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짠돌이' 롯데의 통 큰 결단

입력 2012-09-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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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내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10살, 7살짜리 두 아이의 엄마고, 마흔 먹은 남편까지 챙기는 피곤한 주부이기도 하다. 아내는 결혼 이후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항상 고민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2년간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데 무슨 고민이 필요했겠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 사람은 항상 자기 처한 상황에만 갇혀 생각하는 족속이라 나름 힘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쨌든 최대한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방학과 출산휴가를 계산하고 남은 학기와 그 다음 방학을 연계하는 방법을 택했다. 장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직장을 쉬지 않고 첫해를 무사히 넘겼다. 둘째 아이도 똑같은 방법으로 키워 아무 탈없이 무사히 자랐다.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이렇게 하기 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뒤따랐고, 부부간의 갈등도 많았다. 일반 직장에 다니는 부부들이나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듣기에는 참 배부른 소리다. 맞다. 그만큼 운이 좋았고, 제도적 보장이 잘 돼 있는 직장이라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았다.

내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다. 공무원으로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낼 수 있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도 이렇게 고민이 많은데 일반 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들은 얼마나 힘들까를 얘기하기 위해서다. 이런 고민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 해결해 주지 않는 이상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무모한 모험이다. 여성이지만 자기 성취와 가족을 위해 20여년 넘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입사했는데 육아 때문에 쉽사리 자신의 일을 놓친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통큰 결정이 반갑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그룹 여직원들에게 육아휴직과 관련한 선물을 안겼다. 출산휴가가 끝나면 자동으로 1년 육아휴직을 가는 제도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우수한 여성 인력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 회장의 말 한 마디에 롯데그룹 여직원들의 기쁨이 남다를 것이다.

특히 육아휴직을 가지 않으려면 별도의 승인을 받지 않도록 한 것도 제도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조건 다 가라’는 의미다. 회사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복직을 보장키로 했다. 인터넷 재택 학습 시스템을 마련해 직장 복귀에 어려움을 덜기로 했다. 정직원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도 혜택을 약속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2개월 분량의 출산 축하 분유도 선물하기로 했다. 현재 계열사별로 지급하고 있는 출산 축하 선물이나 장려금과는 별도로 그룹이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롯데의 이번 결정은 기존의 ‘짠돌이’ 경영의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의 ‘통큰’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그룹 오너의 결단력이 돋보일 정도다.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진심으로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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